명문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고 월 40만원에 강의를 해오던 한 젊은 시간강사의 자살 사건은 지식사회가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이제 겨우 30대 초반의 박사가 처자를 남긴 채 카드대금 결제를 죽는 순간까지 걱정하는 유서를 남기고 자진한 것은 교수 임용에 번번이 탈락한 우울증 때문이었다. 이토록 그의 좌절감을 가져온 교수 임용 탈락의 경위가 어떤 것인가는 물론 잘 알지 못한다. 그러나 교수 채용에 공개는 겉모양일 뿐 속사정은 밀실 흥정의 야합이었던 과거의 일부 대학가 폐습이 아직도 살아있는데 기인한 것이라면 참으로 개탄할 일이다.
교수 공채를 놓고 대학이 지망자에게 억대의 돈을 요구하기가 일쑤였으며, 심지어는 시간강사 자리를 두고도 2천만~3천만원을 우려내기가 예사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교수 임용에 학문적 가치와 소양이 평가되지 못하고 돈으로만 좌지우지되는 그릇된 풍토가, 예컨대 학생 정원미달 사태 등을 가져올 만큼 오늘날 대학의 품질 저하를 자초한 하나의 원인이 됐다고 보는 것이다.
만약 참으로 지성의 상아탑답지 못한 교수직 매매 풍조가 아직도 시정되지 않았다면 이래가지고 장차 개방화 시대에 어떻게 외국의 대학과 경쟁을 할 수 있을 것인지 걱정스럽다. 결코 학문의 전당이라 할 수 없는 학문보다 돈이 우선한 ‘금전의 전당’인 대학이 되어서는 절대로 미래가 있을 수 없는 것이다.
공개 채용의 밀실 쇼는 대학이 아닌데서도 성행하는 것이 지식사회의 통폐다. 그 대표적인 곳이 국가기관이나 자치단체 또는 자치단체 산하 기구다. 특히 자치단체 및 산하기관은 더 심하다. 미리 임명자를 내정해 놓고는 공개 채용 형식으로 위장해 멋 모르고 지원한 실력자들을 탈락시켜 울리곤 한다.
순박한 실력자를 들러리로 희생시켜 끝없는 무력감을 안겨주는 치사스럽고 더러운 이같은 사회 풍조는 대학이든 관공서든 이젠 청산돼야 한다. 그 박사 시간강사가 아까운 젊은 나이에 죽음을 선택하기에 이른 좌절도 이런 것에 연유했을 게 거의 틀림이 없다. 공채 형식의 사기수법 척결을 위해선 사직 당국이 나중에라도 의문시되는 결과를 확인, 비리를 일벌백계로 엄단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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