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이고 지방이고 관공서의 공보관은 소속 장에게 칭찬받기는 무척 어려운 자리다. 잘 해야 본전일 때가 많다. 애쓴 본전을 못찾으면서도 조직과 소속장을 위해 충성을 다해야 하는 것이 공보관의 입장이다. 지금은 잘 몰라도 그래서 공보관이나 공보관실에서 고생했던 사람의 다음 자리는 기자실서 책임지다시피 하여 소속장으로 하여금 승진시키거나 영전토록 하는 관아 풍속이 전엔 있었다.
또 공보관을 잘 해낸 이들은 대개가 승승장구하여 출세하는 공무원이 많았다. 웬만 해선 감당키 어려운 자리를 감당해낸 역량을 다른 자리에서도 발휘하는 이유도 있지만, 사람을 대할 줄 아는 용병술을 터득하기가 공보관 자리만큼 더 한 게 없는 것도 이유가 된다. 지지대子도 그랬지만 저마다 다 잘 난 맛으로 까다로운 그 많은 출입기자들을 오래 상대하다 보면 다루는 이력이 생겨나는 게 공보관 자리다. 공보관을 지낼 땐 어울리기도 하고 싸우기도 했던 기자들도 공보관이 막상 자리를 옮긴 뒤엔 남다른 정을 갖는 것은 역시 인지상정이다.
중앙의 공보관은 2·3급이고 지방의 공보관은 4·5급 공무원들이다. 국정홍보처가 중앙의 2·3급 공보관을 1·2급으로 올려야 한다는 건의를 대통령에게 낸 것으로 전해졌다. ‘기자실 개방 및 브리핑제를 위해 장·차관과 자주 접하면서 정책 감각을 정확히 익혀야 한다’는 것이 그 이유다. 그럴싸 하지만 직급을 올려야 장·차관과 자주 접촉할 수 있다는 대목은 틀린 말이다. 공무원을 직능 위주로 보지않고 직급 위주로 보는 구악은 이 정부가 추진하는 개혁 정신에 위배된다. 공무원 조직에서 직급 상향의 남발이 국민부담의 가중과 연결되는 것을 고려치 않는 것도 잘못된 발상이다. 말을 하자면 공보관 직급을 올리기 보단 ‘못난 아제 항렬만 높다’는 식으로 하릴 없이 급수만 높은 다른 직급을 하향 조정해야 한다.
공보관을 정 생각한다면 직급만 올려놓고 물 먹이기 보다는 현행 급수대로 해도 직능 중심을 살려 더욱 활성화 시켜주는 것이 더 중요하다./임양은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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