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 알렉산드리아의 ‘파로스’는 인류 최초의 등대로 알려져 왔다. 세계 7대 불가사의 중 하나로 꼽히는 까닭은 높이가 무려 135m에 이르는 데다 위쪽으로 올라갈수록 넓어지는 건축형태 때문이다. 학설이 분분하지만 둥글게 만들어진 꼭대기에는 커다란 화덕이 있어 항상 불을 지폈고, 그 뒤에는 거대한 반사경이 있어 강력한 빛을 멀리 보냈다는 설이 유력하다.
파로스 등대는 단순히 항로 표지의 구실만 한 것이 아니라 300여개의 방을 가지고 있어 대규모 군병력을 주둔시킬 수 있는 성곽이기도 했다. 파로스 등대는 기원전 280년쯤에 만들어졌다고 한다.
우리나라 최초의 등대는 인천에서 서쪽으로 16.7km 떨어진 섬 ‘팔미도’ 에 있다. 팔미도엔 등대지기와 인천방위사령부 소속 군인들만 있고 주민은 살지 않는다. 조선 침탈을 노리던 일제의 강요에 의해 1902년 5월부터 건설을 시작, 이듬해 6월 1일 해발 71m 정상에 높이 7.9m, 지름 2m의 등대를 완공한 것이다.
팔미도 등대는 사연도 많다. 6·25 한국전쟁 초기 북한 수중에 넘어 가자 미극동사령부 주한연락처(KLO) 특공대원들이 상륙, 북한군과 교전 끝에 탈환했다. 감격적인 것은 1950년9월15일 새벽, 등대가 불을 밝히는 가운데 이뤄진 인천상륙작전이다. 조수간만의 차가 크고 암초가 많은 인천 앞바다의 특성상 쉽게 접근하지 못했던 UN연합군 261척의 함대는 팔미도 등대불이 켜지자 차례로 인천연안쪽으로 진격, 상륙작전을 성공리에 마칠 수 있었다.
등대불로는 처음에 석유등을 사용했다. 1954년 자가발전시설을 갖춘 뒤 백열등, 수은등, 할로겐등 등을 거쳐 1991년부터는 태양광발전장치를 이용해 불을 밝히고 있다.
100년 애환과 역사를 간직한 이 팔미도 등대가 내년초 바로 옆에 들어서는 최첨단 등대에 자리를 물려주고 인천시 지방문화재로 보존된다. 그러나 30여년을 등대지기로 근무한 팔미도 등대소장 허근씨는 오늘밤도 뱃사람의 안녕을 위해 불을 밝힌다.
망망대해, 밤바다에서 등대는 고독을 잠재우고 희망을 일깨워 준다. 지금 우리나라엔 2천40개의 등대가 있다.
/ 임병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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