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은 울었다. 눈물이 베개를 적셨다. 어머니에게 벌써 돈을 한번 타가지고 구경했으므로 소년은 서커스단 천막을 남모르게 들춰가며 들어가 공짜로 두번 째 구경을 하고는 그날 밤 또 베개를 적셨다.
소년의 눈엔 통굴리기 등을 연출한 서커스 소녀의 모습이 아롱거려 영 지워지질 않는다. 그토록 묘기를 해내기 까지는 모진 매를 맞아 가며 연습한다든데, 식초를 억지로 먹여 몸의 뼈를 부드럽게 만든다던데 하는 부질없는 항설을 믿은 소년은 얼마나 심한 고생을 했을까 하고 잠을 이루지 못하곤 했다.
소년의 그같은 마음은 서커스 소녀에 대한 연민의 정이었을지 모른다. 어렸을 적에 동네 공터에 들어와 나발을 불면서 손님을 끌어 공연하곤 했던 서커스단에 대한 지지대子의 아련한 추억이다.
어른이 되고 나서는 서커스를 구경할 기회가 좀처럼 없었지만 서커스가 점점 쇠퇴해가는 것을 아쉬워했고 지금도 아쉬워 한다. 북측의 이른바 교예단은 세계적 서커스 수준인데 비해 우리의 서커스는 그렇지 못해 더욱 안타깝다.
하지만 북측 교예단은 정권 차원에서 특혜를 주어 집중적으로 육성한 것이므로 사회적 측면으로 보아선 자랑스럽지 못한 면이 있다.
아무튼 우리의 서커스 산업이 TV 등에 밀려 퇴조를 면치 못한 가운데 박세환 동춘서커스 단장이 서울예술대학 강단에 선다는 소식은 무척 반갑다. 동춘서커스단은 겨우 명맥을 유지해온 국내 유일한 서커스 단체다.
대학에서 특수무용 및 곡예 등에 대해 실무 경험 40여년을 토대로 펼칠 그의 생생한 강의가 서울예술대학 학생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믿어진다.
서커스가 비록 사양 길을 걷는다지만 그래도 없어선 안되는 연예분야의 한 부분이다.
박 단장의 대학 강의가 서커스 산업의 활력소가 되고 또 뜻있는 후진을 양성하게 되기를 바란다.
서커스단의 공연이 언제 가까운 곳에서 있게되면 꼭 한번 관람하고 싶은 생각이 든다. 이젠 눈물을 흘리진 않겠지만 말이다.
/ 임양은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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