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망증

건망증은 누구에게나 있는 것이다. 건망증은 단기기억장애 혹은 일시적인 뇌의 검색능력 장애다. 뇌세포의 손상으로 인한 치매와는 별개다.

사람의 기억능력이 최고조에 달하는 때는 대략 10대말~20대 초반이다. 이후 뇌기능이 전반적으로 쇠퇴하기 시작하고 대략 25세를 전후로 하여 하루에 수백개의 뇌세포가 죽어가면서 본격적으로 기억력 저하가 일어난다고 한다. 그러니까 노인성 건망증은 자연스러운 현상인 셈이다. 그렇다고 건망증은 꼭 노인에게만 나타나는 게 아니다. 멀쩡한 젊은 사람에게도 나타난다.

특히 하루 하루 바쁘게 쫓기며 사는 현대인들에게 건망증은 피하기 어려운 증세다. 일시적 기억장애의 원인은 복합한 환경에서 스트레스와 긴장감으로 뇌가 복잡할 때, 집착이 지속될 때, 격심한 몸의 피로, 수면부족, 과다한 음주 흡연 커피 복용 등으로 생긴다.

그중에서 주된 원인은 역시 스트레스다. 주부들에게 흔히 나타나는 건망증의 경우도 단순 반복되는 가정일로 집중력이 떨어지고 나이가 들어가면서 가족중 혼자만 낙오돼 있다는 위기감 등의 스트레스가 주된 원인이다. 공부에 시달리는 청소년들의 경우도 예외는 아니다. 스트레스가 사람을 바보로 만드는 꼴이다.

건망증 가운데 머리 위에 올려 쓴 안경을 두리번거리며 찾는다거나 양복 안팎의 주머니를 열심히 찾는 게 손에 쥔 열쇠라면 보통 건망증이 아니다. 건망증 중증 가운데 수술칼을 뱃속에 넣어둔 채 봉합하는 등의 의료사고는 아연실색할 노릇이다.

노나라의 애공(哀公)이 공자(孔子)에게 “얼마나 건망증이 심한 지 이사가면서 자기 아내를 두고 간 사람이 있다대요”라고 하자 공자는 정색을 하며 말했다. “그보다 더 심한 사람이 있습니다. 하(夏)나라의 걸왕(桀王)이나 은(殷)나라의 주왕(紂王)은 자기 자신을 깜박 잊어 버리는 바람에 나라를 망친 것이지요” 했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정치인들의 건망증은 특히 심하다. 국민과의 약속을 밥 먹듯이 파기한다. 정치인의 건망증은 공자의 말대로 자기자신을 잊어버리는 중증이다. 우리나라에 중증 건망증에 걸린 정치인이 많은 것은 국가적으로 불행한 일이다. / 임병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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