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위에 또 ‘정부’ 있나?

재경부의 법인세 인하 추진에 제동을 걸고 나서는 청와대 처사가 의문이다. 김진표 경제부총리가 수차 밝힌 연내 법인세 인하를 위한 법 개정 추진을 청와대에서 막고 나선다면 국민은 도대체 어떻게 정부 말을 믿으란 것인지 황당하다. 국민은 정부가 정책 집행의 최고기관으로 안다. 그래서 정부 부처가 하는 말은 그대로 실현되는 것으로 믿고 있다. 이것이 정상적 정부 시스템이다.

이런데도 청와대가 걸고 나서면은 정부위에 또 정부가 있는 것인지 실로 괴이하다. 대저 그같은 청와대측 의사의 실체가 무엇인지 궁금하다. 우리가 알기로는 정부 부처 장관의 말을 가로 막을 사람은 청와대에서 대통령 밖에 없다. 만약 경제관련 비서진에서 나온 것이라면 그같은 말을 경제부총리를 제쳐두고 대외에 밝힐 의사결정 능력이 있을 수 없다고 보는 것이 정상적 국정운영의 시스템이다. 비서진은 수석비서관이라 하여도 대통령에게만 책임을 지고 보필하는 것이지 정부 정책에 직접 간여할 수 있는 지위는 아니기 때문이다.

문제의 청와대측 인사는 법인세 인하 반대는 노무현 대통령의 공약사항이므로 안된다고 했으나 정책 집행 과정에서 상충 요인이 생기면 신축성을 갖는 것이 또한 공약사항이다. 김진표 경제부총리가 대통령 공약사항과 다른 것임을 모르고 추진했을리 만무하며 법인세 인하 추진은 처음 나온 얘기도 아니다. 또 하나 이해할 수 없는 것은 당장 얼어붙은 경기가 되살아 나는것도 아니어서 기업 투자심리를 살리는데 단기적 실익이 없다는 이유다. 이런 생각을 하는 청와대측은 항상 그처럼 상황논리에 급급한 땜질 단기대책에 치중한 나머지 경제가 더 어려워진 사실을 알아야 한다.

각종 규제조치의 점진적 철폐로 기업 투자를 활성화 하겠다고 하지만 이 역시 원론적 수준의 수사로만 되풀이 되고 있어 국민이 보기에 새삼 신뢰하기가 어렵다. 어떻든 정부 부처 방침을 청와대측이 일일이 간여하는 것은 국정의 신뢰성과 효율성을 위해 긍정적으로 볼 수 없다. 노 대통령은 일찍이 부처 장관의 업무집행을 책임평가제로 평가하겠다고 밝힌 바가 있다. 대통령의 이러한 국정운영 스타일을 저해하지 않는 청와대가 되기를 바란다. 국정운영의 책임은 정부가 지는 것이지 청와대 비서실이 지는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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