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중도덕

오는 8월부턴 길거리에 침을 뱉거나 쓰레기 무단투기는 7점, 아파트 애완동물 사육엔 5점, 공공장소에 빨래를 걸면 3점의 벌점을 매긴다. 국내 얘기가 아니다. 외신이 전한 홍콩 정부의 ‘공중도덕 벌점제’다. 이리하여 16점을 넘기면 공공아파트 입주 자격을 박탈하는 등 주민생활에 불이익을 준다. 길에 침을 뱉거나 방뇨 등을 하는 위생사범에는 특히 벌점은 벌점대로 매기면서 종전에 9만6천원이든 벌금을 24만원으로 올렸다. 그러므로 홍콩시민이 길에 침을 세번 뱉다가 적발되면, 공공아파트에서 쫓겨나야 하고 외국인이 침 뱉다가 들키면 벌금 24만원을 내야한다. 홍콩 정부의 이같은 조치는 사스(중증 급성호흡기 증후군) 곤혹을 한바탕 치르고 나서 재발 방지를 위해 공중도덕 위반사범의 처벌을 강화한 것이다.

우리의 공중도덕은 더욱 엉망이다. 길에 침뱉는 것쯤은 약과다. 거리마다 담배 꽁초와 휴지가 널브러지고 골목마다 제멋대로 내다버린 쓰레기 더미가 수북하다. 공중전화기 같은 공공기물은 성한 게 드물만큼 망가뜨려지고 공중화장실은 불결하기 짝이 없다. 공중도덕의 실종 사례는 이외에도 허다하다.

홍콩의 ‘공중도덕 벌점제’는 형벌이 아닌 행정벌이다. 공중도덕은 원래 형벌이든 행정벌이든 강제적 규제력 없이 양심에 의해 발현이 기대되는 것이긴 하다. 하지만 이같은 기대가 불가능하면 공공의 이익을 위해 강제적 규제가 불가피할 수가 있다. 법률은 언제나 도덕률의 마지노선이기 때문이다.

형명법술(刑名法術)을 주창한 순자(荀子)의 형명사상은 ‘법이 엄격하여야 사회가 밝다’고 하였다. 벌이 강한 게 꼭 바람직한 것만은 아니지만 시세에 따라서는 생각해볼 만도 하다. 만약 국내에서 침을 길에 세번 뱉다가 적발되어 시영이나 주공 등 공공아파트에서 쫓겨나거나 입주권을 박탈 당한다면 어떻게 될까. 우리 사회의 공중도덕에 실로 깊은 연대적 반성이 있어야 할 것 같다./임양은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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