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해 무방비, 장마철이 불안하다

지난해 태풍 ‘루사’로 입은 수해가 아직 복구도 안됐는데 태풍 ‘소델로’가 남부지방을 시작으로 한반도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기상예보가 나와 국민들이 또 불안에 빠졌다. 특히 수해를 입었던 지역이나 침수예상지역 주민들은 걱정이 태산이다.

이렇게 수해가 해마다 우리를 위협하는 것은 치밀한 사전 예방 부족과 복구공사 지연 등에 그 원인이 있다. 이는 재해,재난 방지를 위한 예산이 대부분 사후약방문 격으로 배정되는 탓이다.

실제로 지금까지 수해 복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곳의 대부분이 수해를 입은 지 수개월이 지난 뒤인 이듬해 3월쯤에서야 공사에 들어 갔다. 예산 확보가 안됐거나 늦게 집행됐다.

주요 하천의 경우 100 ~ 200년 강우 빈도에 맞춰 하천 단면과 제방 높이를 확보하고, 주변 저지대 하수관은 5 ~ 20년의 강우 빈도에 맞춰 관의 크기를 늘려줘야 하는데도 대부분의 지자체들은 예산 부족 등의 이유로 당장의 복구 공사 마무리에만 급급했다. 게다가 올해는 지난해 ‘태풍’ 루사로 인한 피해가 워낙 커 복구해야 할 지역이 넓어지는 등 상황이 더 나빠졌다.

17일 현재 도로·교량 등 전국 공공시설의 복구 대상 3만9천524곳 가운데 복구율이 70.8%에 머물고 있어 폭우가 쏟아지면 적지 않은 피해가 발생할 우려가 크다.

경기도의 경우 지난해 수해를 입은 공공시설에 대한 복구작업을 벌여 전체 1천733건 중 1천700건이 마무리 됐고 33건이 공사중이다. 특히 도가 축대와 옹벽, 절개지 등의 재난 취약 시설물 1천636곳에 대해 안전 점검을 벌인 결과, 30.9%인 506곳에서 910건이나 지적사항이 발견됐다.

상습침수 등으로 재해위험지구로 지정된 17곳은 배수펌프장이나 하천 제방 공사 등을 하고 있지만 장마철 이전에는 준공이 어려운 상태여서 큰 피해가 예상된다. 인천도 수해 복구율이 60%에 불과해 특단의 대비책이 요구되기는 마찬가지다. 지금 주민들은 비가 적게 오기만을 기대하고 있는 딱한 처지에 놓였다. 가장 기본적인 예산 배정을 늦게 한 정부가 한없이 답답하지만 우선 재해위험지구로 지정된 곳의 보수정비공사만이라도 빨리 완공해야 한다. 기상이변 등으로 피해가 막급한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여 구호 및 복구 등에도 만전을 기할 것을 촉구해 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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