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병제

국방부가 사병 봉급을 내년부터 2007년까지 매년 15 ~ 20% 올려줄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현재 국군사병 월급은 이병 1만7천400원, 일병 1만8천900원, 상병 2만900원, 병장 2만3천100원이다. 사병 봉급이 월평균 4만8천원 오른다고 하여 부러워 할 국민은 아무도 없다. 몸과 마음을 바쳐 조국을 지키는 대가로는 턱없이 적은 액수다. 군 전문기술인력은 특히 더 그렇다.

현재 30억원대의 전차를 육군 병사들이 조종하고 있다. 해군의 경우 고도의 숙련을 필요로 하는 잠수함 승조원은 전원 부사관 이상으로 구성돼 있다. 잠수함은 대당 1천900억~ 3천600억원에 이른다. 공군도 마찬가지다. 병사의 정비불량으로 나사 하나만 제대로 역할을 못해도 대당 1천억원짜리 F15K 전투기가 공중에서 고철로 변할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 해군(28개월)과 공군(30개월) 병사들이 기술군으로서 육군·해병대(26개월) 보다 근무기간이 더 긴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그러나 오는 10월 입대자부터 복무기간이 2개월 단축되면 첨단 무기 조작에 익숙해 지기도 전에 제대하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 지난 2월17일 포천 산정호수 인근 교량에서 전차 사고가 났을 때 국방부에 근무하는 한 중령이 “시가 3천만원짜리 승용차는 월급 200만원을 받는 운전자가 운전하는데 시가 30억원대의 전차를 월급 1만8천여원을 받는 일병이 조종하고 있는 현실”이라고 탄식했었다. 전차부대 지휘관들은 사병이 전차를 모는 현실에서 복무기간까지 단축되면 사고율이 더 높아질 것이라고 우려한다.

‘세계의 경찰’이라는 미군 병력은 인구 2억9천만명에 138만명이다. 한국은 인구 4천700만명에 군인이 68만명이다. 이제는 징병제를 모병제로 전환할 때가 됐다. 군인 수를 줄이는 대신 첨단 전투장비와 전술로 무장시켜 정병강군(精兵强軍)을 갖춰야 한다. 특히 첨단무기를 잘 다룰 수 있기 위해서는 기술사관 제도나 유급지원병 제도를 우선 도입, 군 전문기술인력을 확보해야 한다. 30억원이 넘는 전차를 일병이 조종하는 것은 신중히 고려해야 할 일이다.

/임병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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