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파업 강성 기류를 키웠다

운수대란이 눈앞에 닥쳤다. 지하철 철도 택시 시내버스 등 굴러가는 것이면 모두가 파업을 들고 나오는 운수대란에 이어 한노총과 민노총은 줄 파업을 벼르고 있다. 이에 대처할 정부의 태도에 두가지 의문이 있다. 그 하나는 이중성이다. 법과 원칙을 말하면서도 파업이 법과 원칙대로 처리되는 것을 전혀 볼 수가 없다. 적어도 두산중공업, 화물연대, 전교조에 이은 조흥은행 파업 때 까지는 그랬다. 이러다 보니 “요즘 노동운동은 도덕성을 잃었다”는 개탄이 노무현 대통령의 입에서 나올만큼 공권력을 만만히 보는 추세가 됐다.

법과 원칙을 말로만 하고 이행은 않다보니 법과 원칙을 어기는 노동운동이 더 기세를 올린다. 무작정 강하게 밀어 붙이면 정부가 밀린다는 인식이 노동계에 팽배한듯 해보인다. 비교적 온건했던 한노총 역시 강성 기류로 돌아선 배경이 이에 기인한 것 같다. 법과 원칙보다는 양대 노총이 이제 강성 경쟁 양상으로 치닫게 된 게 다 정부가 법과 원칙을 지키지 않은 탓이다.

또 하나 이상한 것은 파업사태에 대한 대응 자세다. 노사 문제를 노사간에 풀도록 하지 않고 정부가 일일이 개입하다 보니 노사 문제가 아닌 노정 양상의 노동운동이 되어 버렸다. 조흥은행 파업 때도 그랬다. 시장경제에서는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노사 당사자간의 파업 문제를 사용자측은 제쳐두고 노정간에 해결하는 미봉책은 노사간의 문제점을 후환 거리로 남기는 게 필연적이다. 악순환이 되풀이 된다. 파업 현장마다 청와대서 나오라, 경제부총리가 나오라는 식의 노동운동으로 변질케 만든 것이 바로 이 정부의 책임이다.

이 정부는 노동계를 사회적 약자라고 말한다. 그래서 온정주의로 대하는 것인지 몰라도 잘못된 생각이다. 노조만큼 무서운 게 없다고 보는 것이 사회저변의 정서다. 자본층은 덮어놓고 범법시하고 노동운동은 무조건 우대시하는 균형 상실이 더 지속된다면 국민경제의 미래가 걱정스럽다.

설사, 노동계를 온정주의로 대한다 하여도 법과 원칙을 일탈해서는 그 효험이 있을 수 없다. 이미 이 정부의 취약점에 이력이 난 노동계가 벌이는 줄 파업에 정부가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 주목된다. 파업도 대화도 타결도 처벌도 법과 원칙에 따라서 해야 한다.

정부는 지금부터라도 법과 원칙을 엄정히 지키는 새로운 면모를 보일 필요가 있다. 사태 해결의 첩경이 이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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