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의 속성

그토록 위세가 당당했던 그가 난치병으로 신음하는 병상의 몸이 됐다. 자신이 죽거든 태극기로 관을 덮어 달라고 했다. 애국가를 4절까지 불러 달라고도 했다. 불과 2년 전이다. 국세청장으로 신문개혁의 세무조사 칼날을 종횡무진으로 휘두르던 때였다. 언론사라고 세금에서 자유로울 순 없다. 문제는 개혁을 빙자한 언론 길 들이기 방편으로 전가의 보도를 남용한 데 있다.

그 공로로 건설교통부 장관을 제수받았으나 강남 ‘가족타운’의 부동산 투기 의혹이 말썽이 되자 이내 그만 두었다. 2001년10월 일본으로 슬그머니 출국한 뒤에도 김홍업씨 비리 관련, 사채업자 세금감면 등 여러 권력형 비리 의혹이 제기됐다.

그동안 캐나다와 미국에서 신병을 치료하다가 지난 3월 역시 몰래 입국한 사실이 최근에 드러나 검찰수사 여부가 주목되던 중 ‘수사 검토’라는 강금실 법무부장관의 긍정적 시사가 나왔다. 세월은 하수상 하여도 강남의 부동산 가격은 여전히 오르고 올라 ‘가족타운’의 땅값만도 800억원대라지만 암으로 근육이 마비되어 가는 그에게 재산이 뭣이란 말인가. 이로도 모자라 법정에 서야 할 판이니 명예도 공허하게 됐다.

인간적으로야 난치병이 낫기를 바라지만 벼슬 자리를 등에 업고 저지른 갖가지 비리에 죄값을 면할 수는 없는 일이다. 감히 태극기와 애국가를 입에 담았다는 사실이 실로 황당하다. 정권 방어의 편법적 수단으로 정권의 나팔수 노릇에 충실했던 안정남씨, 그의 비참한 말로를 보면서 도대체 권력이 무엇인가를 생각해 본다. 자고로 영원한 권력자는 없다. 권력을 놓을 때 홀가분한 마음을 갖는 이는 성공의 보람을 갖고, 권력을 놓을 때 허망스런 마음을 갖는 이는 실패의 죄업을 받는다.

안씨 뿐만이 아니다. 지난 정권만도 아니다. 이 정권에서 득세하고 있는 권력자들도 결코 남의 일이 아니다. 권력은 잘 쓰면 선약이지만 잘못쓰면 독약이다./임양은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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