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억원

경기도 양주 출신의 의적 임꺽정은 이렇게 말하였다. “남는데서 모자란데로 가는 재물은 도둑이 아니다”라고 했다. 이는 조선조 명종시대 관리들의 가렴주구에 대한 저항으로 가장 적절한 말이었다. 영국 중세기의 전설적 의적 로빈 후드는 또 그랬다. “배고픈 자에게 필요한 것엔 왕의 말이 필요 없다”고 했다. 이 또한 백성에 대한 가렴주구의 폐해를 잘 나타낸 말이다.

도대체 100억원이면 얼마나 한 돈일까, 만원짜리 한장을 들고 발발 떠는 서민들은 평생 가야 만져보긴 고사하고 상상도 못할 돈이다. 이 돈을 강도질 당하고도 꼼짝 달싹하지 못한 일이 있었다. 박지원씨가 현대로부터 받은 150억원의 돈 세탁을 의뢰받은 그의 김 아무개 운전사 사주를 받은 강도들에게 100억원을 강도질 당한것은 이미 아는 일이다. 문제는 그러고도 경찰이 발표하지 못한데 있고 경찰이 발표하지 못한 것은 당시 청와대의 압력에 기인한데 있다.

100억원대의 강도라면 아마 강력범 사상 최고의 금액일 것이다. 이러한 희대의 강도 발생을 경찰이 누설하지 않도록 한 청와대 압력 또한 돈이 떳떳하지 못한데 기인한 것이라면 그같은 압력 역시 떳떳하지 못할 건 분명하다. 이는 남북관계의 일을 떠나 정권 실세의 도덕성을 가늠하기에 충분한 부정 부패다. 어쩌다가 정권마다 세상마다 왜 이지경으로 타락해 버렸는 지 실로 국민이 불행하다.

정녕, 작금의 세태가 그 옛날 임꺽정이나 로빈 후드가 민중의 영웅이 됐을 정도로 타락했다고는 믿고싶지 않다. 그런데도 그렇다. 강도질 해도 싸다고 보는 눈먼 돈 100억원이 있었을 만큼 요지경 속 같은 일이 실재한 것은 매우 가슴 아프다. 한푼 두푼, 피땀 흘려 번 돈을 저축해가며 알뜰하게 사는 민중을 맥 빠지게 만드는 권력층의 이런 몰염치가 정의의 이름으로 추방되는 국가사회가 되어야 한다./임양은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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