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론 원인 제공은 예총수원지부(수원예총)가 했다. 운영보조금 유용, 미술전시관 입주 업체 선정 잡음, 한국 근대서양화 미공개작품 위작시비, 게다가 지부장 선거 후 불거진 지부장 직무집행 가처분 신청 분란은 누가 그랬든지 수원예총의 실수였다. 그렇지만 작금 수원시가 보이는 단호한 행정은 ‘수원예총 죽이기 작전’이라는 오해를 사고 있다. 적어도 예술계 쪽에서 바라보면 그렇다.
우선 계약기간이 2005년 2월 8일까지인 수원미술전시관 위탁운영을 전격적으로 해지한 것을 놓고 말들이 많다. 6월 9일 미술전시관 수탁단체인 수원예총 앞으로 보낸 계약해지통보에서 수원시는 7월 9일까지 전시관 시설 및 운영보조금 일체를 시측에 인계하라고 명했다.
칼자루를 쥔 수원시의 명령을 어길 수는 없다. 그러나 문제는 미술전시관만 비워 주는 게 아니라는 점이다. 미술전시관 운영이야 원래 수원예총의 주업무가 아니었으니까 내줘도 별 일은 아니다. 일을 덜었다고 생각하면 그만이다.
하지만 수원예총이 사무실까지 내주고 강제로 쫓겨나는 처지가 된 것은 너무 강경 일변도다. 사무실을 내놓고 언제까지 나가라고 일방적으로 통보한 것은 행정의 횡포라는 비난을 면키 어렵다.
심각한 문제는 또 있다. 수원시민 한마당 축제인 ‘해피수원 페스티벌(수원예술문화축전)’에 매년 지원해 오던 보조금을 30% 넘게 축소했다. 6천만 ~ 7천만원의 예산이 4천만원으로 싹둑 잘려 오는 8월30, 31일 이틀간 열리는 올해 행사는 총 9개 부문 가운데 사진·미술·영화·문학은 빠지고, 음악·국악·무용·연예·연극 등 공연분과만 참여케 됐다. 12번째를 맞는 ‘해피수원 페스티벌’이, 시민 인구는 100만명이 넘었다고 자랑하면서 확대는 커녕 되레 반쪽짜리로 전락하고 말았다.
이의가 없을 수 없다. 과거 집행부에서 발생한 ‘운영 부실’에 대한 징계성 예산을 왜 올해 1월 24일 출범한 현 집행부가 받느냐는 것이다. 수원지역 예술인들을 정작 화나게 하는 이유는 또 있다. 수원시가 마땅히 기획, 개최해야 할 예술행사를 수원예총이 대신 해주는 것인데 마치 하부기관에 지시하듯 명령일색이라는 것이다.
지금 알려져 있기로는 “수원예총을 내쫓고 난 뒤 미술전시관 운영을 다른 예술단체, 예컨대 민예총에 위탁할 것 ”이라는 설(說)이 설설 끓고 있다. 그러길래 왜 공금을 함부로 쓰고, 같은 예총 식구들끼리 싸움질, 이간질을 했느냐는 자성론도 있지만 강경론자들은 더욱 많다.
얘긴즉슨 “수원예총이 수원시 하청업체냐? 행사비를 보이콧하고 자체적으로 예술제를 열자”는 것이다. “행사비 몇푼 지원하고 상전 행세하는 것도 봐주기 어렵고 자존심 상한다”고 목청을 높인다. 그러니까 “청렴하고 능력있는 공무원들이 직접 ‘해피수원 페스티벌’을 개최하라”는 이야기다. 행사비 수령을 거부한다면 수원시가 마음 속에 두고 있는 다른 예술단체에 맡길 게 자명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수원시는 태연하다. 수원예총이 아닌 다른 단체에 위탁한다는 것은 한낱 루머에 지나지 않고, 수원예총이 만일 행사비 수령을 보이콧 또는 반납한다면 ‘해피수원 페스티벌’은 중단 또는 폐지할 수 밖에 없다는 느긋한 입장이다.
어쨌거나 지금 무엇보다 관심이 깊은 것은 7월 9일까지 사무실을 못 비워주는 경우다. 불법건축물 또는 노점상이 강제로 철거되듯이 수원예총의 사무실 집기들이 만석공원이나 미술전시관 앞 노변에 방치되는 진풍경(?)을 아무래도 시민들이 구경하게 될 것 같다.
수원예총이 권력기관이었다면 수원시가 이렇게 강경하겠는가. 수원시의 과민 반응이 걱정스럽다.
/임병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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