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교산의 아침/민선3기 1주년의 생일상

‘손학규 지사님, 미역국은 드셨습니까?’, ‘홍영기 의장님, 생일상은 받으셨는지요?’, ‘일선 시장·군수 및 의장님들, 지역주민들로부터 축하인사는 있었는지요?’ 7월1일은 민선3기가 1주년, 즉 첫돌을 맞는 기념일이었다. 95년 6월27일 지방자치가 부활해 당선자들이 취임한 뒤 8년이 되는 날이기도 하다.

그런데 이날 못내 아쉬움이 적지않았다. 공사다망(公私多忙)이라 했던가. 손 지사는 이날 유럽에 있어 그 기쁨을 뒤로하고 있었고 홍 의장은 이날도 개회된 각 상임위를 둘러보며 사무실을 지키고 있었다.

일선 시장·군수와 의장들도 일일이 그 행보를 알지는 못하지만 대부분 주민들을 위한 공무로 이리뛰고 저리뛰고 했을 것이다. 정작 주인공들은 자신들의 생일상도 못받은 것이다. 도내 언론들만이 민선3기 1주년에 의미를 부여하며 단체장이나 의장들의 인터뷰 등 관련기사를 실으며 민선시대의 수많은 주문사항을 쏟아냈다.

93년이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당시 야당 총수였던 김대중씨와의 간담회장이었다. ‘영수회담에서 모든 것을 다 양보해도 지방자치 실시만큼은 절대 양보할 수 없다’고 김 총재는 강조에 강조를 거듭했었다. 결국 이같은 김 총재의 배수진(背水陣)전략으로 지방자치는 부활하게 된 것이다. (물론 당시 지방자치 주장은 김 총재만 했던 것은 아니었다.)

이같이 산고끝에 지방자치가 실시됐고 벌써 민선3기 1주년을 맞은 것이다. 당연히 이날은 기념하고 그 의미를 새롭게 부여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선 3기 주역들의 생일상에는 걱정거리 반찬만 가득해 못내 아쉽다.

손 지사의 경우, 외자유치를 위해 유럽을 방문중임에도 불구하고 철도노조의 파업으로 유럽에서부터 사후대책 지시를 내려야 했고, 심지어는 장마가 시작되면서 침수상황까지 점검했다고 한다.

이뿐만이 아니다. 여전히 풀리지 않은 수도권 규제, 중앙정부 입장에서만 추진되는 지방균형발전 전략 등 숱한 고난들이 곳곳에서 기다리고 있어 생일상을 받아도 얹힐 지경이다. 홍 의장과 민선3기 1주년을 맞은 모든 시장·군수나 지방의회 의장들도 산적한 걱정거리 사정은 다르지 않았을 것이다.

이제는 이들에게 선물을 주어야 한다. 정부는 모든 지자체에 똑같은 밥그릇을 주겠다는 현실성없는 지역균형논리에서 벗어나 각 지역 특성과 역량에 맞는 새로운 지방자치 발전논리와 마치 전유물인양 고집스럽게 점유하고 있는 중앙사무의 지방이양을 민선3기 1주년을 맞은 선물로 내놓아야 한다.

또 진정한 지방분권, 지방자치발전을 위해 중앙집권적이고 권위주의적인 사고도 버려야 한다. 1천만 도민들도 이들에게 비난과 험담만을 퍼부을 것이 아니라 불만·불미스런 행태를 더이상 하지 못하도록 머리를 맞대고 상의해 해결책을 내놓는 정성을 보여주어야 한다.

‘백지장도 맞들면 낫다’고 했다. ‘때에 따라서는 채찍보다 당근이 낫다’고도 했다. 일부에서는 자신들의 생일상만을 찾는다는 비난과 지적이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민선3기 1주년을 맞은 일꾼들에게 억압과 비난을 하기에 앞서 이들이 일할 수 있도록 격려와 칭찬을 보내보자.

그래야만 민선3기 출범에 부여했던 ‘지방자치의 후퇴냐, 전진이냐의 갈림길’이라는 과제를 충실하고 올바르게 수행해 나갈 수 있는 새로운 에너지를 충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일형 정치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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