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엔 도서관이 없다. 도서관이 있어도 책이 없다. 그나마 있는 책도 한글맞춤법 개정 이전의 책이 전체 소장본의 절반을 웃돈다.
정부가 올해부터 시작한 ‘학교도서관 활성화 종합방안’ 대책이 무색하다. 학교도서관 소장도서 중 전집류가 보통 20%, 심하면 60%에 달할 만큼 다양성이 부족하다. 한 종류의 책이 수 십권씩 중복 소장된 경우도 많아 소장가치가 극히 떨어진다.
학교도서관 시설은 더욱 형편없다. 교실 한 칸 이하를 사용하는 경우가 31.5%에 이른다. 그것도 가장 꼭대기층이나 후미진 구석이다. 학생 1인당 장서수 5.5권, 연간 도서구입비는 3천500원에 불과하다.
‘도서관의 엄마’로 일컬어지는 사서 역시 태부족이다. 전국 1만여개 학교에 정식 사서는 153명에 그친다. 계약직 사서가 880명, 대부분 학부모 자원봉사자에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다.
교육인적자원부는 지난해 8월 학교도서관 활성화 방안을 수립하고 오는 2007년까지 ‘좋은 학교도서관 만들기 4대 중점 과제’를 추진키로 했다. 2003년부터 5년간 매년 600억원씩을 투입해 약 6천개 학교에 혜택이 돌아가게 한다는 방침이다. 도서관 시설 확충, 장서 확대, 도서관 활용프로그램 강화, 민간협력체제를 구축한다는 계획도 들어 있다.
정부의 예산 지원은 물론 중요하다. 그러나 더욱 절실한 요소는 지역을 중심으로 한 학부모들의 자발적인 참여다. 선진국에 비해 공공도서관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한국의 여건상 전국적인 학교도서관 네트워크는 이를 보충할 훌륭한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초·중등 1만2천여개, 특히 초등학교 도서관 5천개만이라도 잘 살려 내면 가깝고 친근한 지역도서관이 대거 신설되는 셈이다. 문제는 정부가 최근 학교도서관보다 전자책 산업 육성에 예산을 우선 배정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점이다. 종이책도 충분히 누리지 못하는 어린이들에게는 도서관이 우선이다.
당부하건대 교육인적자원부는 학교도서관 활성화 같은 좋은 일에 전념하라. 교단의 분쟁 얘기는 말만 나와도 식상한다.
/임병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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