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가 시·군만도 못합니다”, “공직사회가 일반 기업사회보다 더 냉랭합니다”, “이제 공직사회에서 정(情)을 이야기하면 푼수소리 듣기에 딱 좋지요.”
최근에 만난 전·현직 공무원들의 푸념이자 자신들만의 공직사회 진단이다.
첫번째 이야기는 명예퇴직을 한 전직 공무원의 회한(悔恨)이다.
부정적인 시각으로 본다면 시대흐름에 따라 혹은 후배들의 강권(强勸)에 의해, 긍정적으로 본다면 후배들의 앞길을 열어주기 위해 명퇴를 결정했지만 그 마지막 자리는 도지사와 차한잔 마시며 격려금인지 위로금인지 30만원을 받고 도청문을 나서는 것이 고작이었다는 것이다. 그나마 대부분의 명예퇴직자들은 돈 30만원을 받기위해 지사를 찾아보지도 않는다는 것이 그의 이야기다.
“예전 공직사회는 최소한 명퇴식 만큼은 수장의 축사와 부부동반으로 후배들의 도열속에 만감이 교차돼 눈시울을 적시며 당당하게 퇴장하는 축하분위기(일부 시·군은 아직도 이런 관례가 남아있다)였다면 지금은 한마디로 ‘잘 가시오’라는 말 한마디가 고작”이라며 이 노병(老兵)은 “정부나 민선단체장들이 선거때마다 공무원 표 운운하는데 마지막 가는 사람들에게 조금만 더 배려한다면 그런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될 것”이라며 시선을 먼 하늘로 돌렸다.
현직 도 본청에 근무하고 있는 모 서기관이 두번째 이야기의 주인공이다.
“얼마전 고시출신 수습사무관 30여명이 도청 근무를 시작했는데 선배들이 이들에 대해 조금의 관심도 기울여 주지않아 처량스러웠다”는 이 서기관은 “예전에는 수습 사무관들이 오면 선배들이 최소한 환영파티라도 마련, 공직사회가 이런 것(?)이라고 가르쳐주고 후배들은 그 말에 귀 기울이는 풍토가 조성됐었다”고 회고했다.
세번째 이야기는 오래전부터 나돌고 있는 복도통신이다.
“몇달전 모 사무관 장례식을 가보았더니 참으로 썰렁하기 그지 없었다”며 “만약 지사님과 관련된 분들의 장례였다면 이러했겠는가”라는 자조다.
모 사무관은 “공직사회가 이렇게 변모하고 있는 것은 한마디로 공직사회의 경쟁력 강화와 투명행정이라는 미명하에 ‘서로 이겨야 산다’는 식의 사고가 팽배하기 때문”이라며 “공직이 이런 식으로 냉혈사회가 된다면 그 결과는 결국 도민들로 부터 외면받는 처지로 추락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물론 모든 공직이 이렇지는 않다고 항변하는 분들도 적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분명 이런 단면을 갖고 있는 것이 현 경기도청의 공무원 사회다.
부중지어(釜中之魚)라 했다.
‘솥이 달궈지는 지도 모르고 솥안에서 헤엄을 치고 있는 물고기’를 비유한 이 말이 서서히 생기를 잃어가는 공직사회를 빗댄 것 같아 언뜻 떠오른다.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
‘한번 엎지른 물은 다시 담을 수 없다’는 의미의 복수불반분(覆水不返盆)이란 말이 있듯이 더이상 공직사회가 이런 행태로 변모된다면 다시는 공직사회에서 정이란 말을 찾기 힘들지도 모른다.
지사가 바뀔때마다 다양한 공무원들의 사기앙양책과 공직분위기 전환책이 나왔지만 모두 외형적인 복지증진에 초점이 맞춰져 있을 뿐 정작 ‘사람의 도리를 다하며 일하는 분위기’ 조성책은 없었던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 본다.
정책 결정권자나 공직에 몸담고 있는 분들에게 ‘사람이 먼저냐, 일이 먼저냐’를 묻는다면 이구동성(異口同聲)으로 ‘사람이 먼저다’고 답할 것이다. 이제부터 사람이 먼저인 공직사회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지켜보고 싶다.
/정일형.정치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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