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기구의 편제를 늘리거나 직급을 올리려면 총무처의 승인을 받아야 하고 재정경제기획원의 동의를 받아야 했다. 총무처는 국가 기구 총괄 부처이고 재정경제기획원은 예산 조치가 필요하였기 때문이다. 지금은 총무처 기능을 행정자치부가 맡고 재정경제부가 전 재정경제기획원 업무를 맡고 있다.
기이한 것은 청와대는 이같은 제약에서 자유로워 보인다는 점이다. 기구 하나 늘리고 직급 하나 올리려면 이리 저리 걸리는 데가 많은 여느 부처나 기관과는 달리 청와대는 제멋대로 늘리고 입맛대로 올리는 것 같다.
전 정권에서 일어난 굿모닝시티 부정의 청와대 경찰 막후 장본인인 박 아무개 경감이 누구의 실세 덕에 초고속 승진한 것은 그렇다 치더라도 현 정권 또한 무더기 승진의 산실이 청와대인 듯 싶다. 청와대가 이런 식으로 권력의 최고 기관으로 여긴다면 잘못되어도 단단히 잘못 됐다.
청와대는 최근 대변인과 민정2비서관·법무비서관을 2급에서 1급으로, 제도개선2비서관은 3급에서 2급으로, 이밖에 정무수석실과 정책조정비서관실 행정관 4명을 4급에서 3급으로 올렸다. 이유가 없는 것은 아니다. 당초 경력 산입이 안됐다거나 정원 조정상 직급 조정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그래도 그렇지, 관료사회의 눈총받기가 딱 십상이다. 공무원이 급수 하나 올라 가려면 4년 걸려도 어림없는 마당에 불과 임용 4개월만에 무더기로 승진하는 것은 국민들이 보기에도 역시 청와대 밖에 없어 보인다.
직급보다 직능 중심의 시스템이 되어야 한다. ‘못난 아제비 항렬만 높다’는 식으로 직급만 올린다고 일이 잘 되는 것은 아니다. 어느 기관보다 승진 인사에 교본적 모범을 보여야 할 청와대가 먼저 이처럼 방만해서는 인사 기강이 바로 서기 어렵다. 이래서 ‘청와대는 특진 해방구’란 소릴 듣는 것 같다. 공직개혁은 인사 난맥상의 시정부터 출발해야 한다는 사실을 청와대는 명심할 필요가 있다./임양은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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