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교산의 아침/村老의 독백

“나는 요즈음 밤잠을 설치곤 해. 신문이나 TV 보기도 끔찍해. 날마다 가슴이 서늘한 끔찍한 사건들이 너무 많이 실려 정말 세상이 혐오스럽고 원망스러울 때가 많어. 내가 정치인이라면 사회문제의 0순위인 315만명의 신용불량자와 정부혜택에서 소외된 350만명 빈곤층의 설 땅이 어디냐고 톡톡히 따지고 싶어 !!”

이는 어느 시골 한 모퉁이 노인정에서 800원짜리 소주 한 병과 1천원짜리 두부 한 모를 안주 삼아 얼큰해진 촌로들의 독백의 시작이다.

“자네만 그런 게 아니야. 나도 그래. 나는 돈이라는 말만 들어도 심한 스트레스를 받아. 신경질까지 나! 어느 사람은 수표다발을 아파트 베란다에 가득히 쌓아두기도 했다고 하고, 또 어느 사람은 돈상자를 봉고차의 바퀴가 찌그러지도록 실었지. 또 어느 사람은 돈 궤짝을 메어 나르는데 어깨에 피멍이 들었다고도 했대. 이게 도대체 어느 나라의 이야기인고? 공상소설에서나 나옴직한 이야기 같아. 그런데 이게 사실이라고 하니 이게 돈벼락이지.

만약 나에게 돈상자를 메어 가라고 한다면 얼마나 메어갈 수 있을까. 한 2억원, 2억원이면 매월 150만원씩 꼬박 쓴다고 해도 13년은 넉넉하대.

헛소리 하지마! 그 검은 돈은 도둑 맞은 국민의 혈세야. 왜 공적자금 같은 거 있지? 꿈 깨고 술이나 한잔 더 하세 ”하며 독한 소주잔을 또 기울인다.

주기가 촉촉히 오른 한 노인이 또 이상한 이야기를 끄집어 낸다.

“TV에 동물의 세계 프로에 단골손님처럼 나오는 기분 나쁜 동물 하이에나 말이야. 그런데 요즈음 서울에 ‘굿모닝 씨티’라는 큰 사건이 있지. 여기에 보니 함깨나 쓰고 굶주린 ‘하이에나’ 같은 사람들이 새까맣게 달라붙어 남이 먼저 돈을 주고 사 놓은 굿모닝씨티라는 고깃 덩어리를 다 파먹고 껍데기만 남았대. (약육강식·弱肉强食) 정작 값을 치르고 자기 몫을 기다리던 선량한 사람(주인)들은 닭 쫓던 개 지붕만 쳐다보는 형국이 되고 말았어. 얼마나 억울할까. 정녕 그 돈들은 영세민들의 고혈일텐데.”

이들 촌로들의 우려와 원망스런 독백들이 어찌 이들만의 생각이며 감정이며 분노이랴.

지금 우리나라에는 315만명의 신용불량자가 있고 이중 60%가 신용카드 때문에 양산된 신용불량자라고 한다. 이는 정책의 오류로 빚어진 인재이다. 현금과도 같은 신용카드를 아무데서나 아무에게나 마구잡이로 발급했기 때문이다. 발급자나 발급을 받은 자 모두 스스로의 책임과 의무를 저버린 행위로 그 책임은 결자해지(結者解之)일 뿐이다.

과욕은 금물이다. 돈 내음에 취해 이성을 잃고 몸과 마음이 병 들고 망가지고 패가망신하는 사람들의 면면을 보면 괴물과도 같은 권력이란 ‘부적’을 등에 붙이고 겁 없이 손바닥으로 하늘 가려가며 위선을 일삼다 교도소라는 요양원으로 줄줄이 간다.

돈과 권력은 무소불위의 절대적인 요소이기는 하나 이 모두 무상(無常)함에는 틀림이 없는 것 같다.

술판은 무르익고 노인들의 탄식과 흥분의 도는 차츰 더해 핵이라는 요물의 개발을 뻔히 알면서도 김정일에게 국민의 혈세인 돈을 퍼준 DJ의 속셈을 성토하고, 김운용씨의 평창과 관련한 사욕의 질타까지 이르자 노래소리가 흘러 나왔다.

“권불십년(權不十年)에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이요 달도 차면 기우나니 인생은 일장춘몽”이라는 질퍽한 노래 소리는 공분하며 소란스러웠던 이날 술판의 대미를 넉넉하게 장식했다.

정녕 무상한 것은 인생이던가. 권력도…정치도… 돈도….

/안순록 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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