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관심의 양면

‘죽은 이에 대한 조문은 아직 목숨을 지니고 있는 산 자의 위안’이라고 보는 프로이트 심리학의 정신분석이 있다. 인간은 평소엔 이웃의 어떤 불행을 외면하다가 돌이킬 수 없는 파국을 맞으면 그 때 가서 갑자기 인도주의자가 되는 정서적 모순을 보이는 수가 있다. 싱가포르에서 쌍둥이 분리수술을 받다가 숨진 샴이라고 불리운 자매의 장례식을 치른 지난 8일, 그의 고향 피루자바드 주민들은 애도의 물결을 이루는 등 온 이란 국민들이 비탄을 금치못했다고 외신은 전했다.

옆머리가 맞붙은 채 태어나 29년을 그대로 살다가 성공률이 희박한 모험을 무릅쓴 수술 끝에 막상 분리는 됐으나 이내 숨지고 만 샴 쌍둥이 아버지는 “신의 뜻은 더 나은 세상에서 자유롭게 살라는 것이었다”며 흐느꼈다고 한다. 저승에서나마 떨어져 평화롭게 잠들기를 바라는 2만여 조문 행렬이 장지까지 3km나 이어진 것은 그 어떤 거인의 장례보다 더 장관이었다.

성공률이 보다 훨씬 좋았을 어린 시절에 수술을 도와줄 생각은 못했던 군중들이 비록 뒤늦게 나마 깊은 애도를 금치못한 것은 그래도 고귀한 인도주의 정신이긴 하다. 기자와 변호사를 꿈꾼 샴 쌍둥이 자매는 수술에 앞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수술이 성공해도 우리는 아주 떨어져 살지 않을 것”이라며 해맑은 미소를 지어 보였던 게 이승의 마지막 모습이 되고 말았다.

우리의 주변에도 비슷한 사례는 많다. 샴 쌍둥이 같진 않아도 인술을 애타게 기다리는 불우한 이웃 어린이들이 많이 있다. 어제 날짜 본지에 실린 ‘본사-인제대-도공동모금회 지원 심장병 첫 수술, 이젠 뛰면서 놀 수 있어요’제하의 기사에 실린 오현지양(8)의 밝은 모습이 너무도 대견하다.

이런 어린이들의 시술은 나라가 해주어야 하겠지만 나라가 못하면 우리 사회가 나서서라도 최선을 다해 돕는 것이 더불어 살아가는 참다운 공동체 사회다. 이웃사랑, 특히 희귀병으로 신음하는 불우 어린이들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보다 확산되면 좋겠다./임양은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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