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자리

잠자리는 날개를 가진 곤충 중 원시적인 무리에 속한다. 고생대 화석에서 발견되는 옛 잠자리 ‘메가 메우라’는 날개를 편 길이가 60㎝에 달한다. 현재 볼 수 있는 잠자리가 대개 2~15㎝정도인 것에 비하면 익룡 수준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잠자리는 생물진화론을 입증하는 주요 생명체 중 하나라는 점에서 연구 가치가 크다. 생물진화론에서는 물 속에서 생겨난 생명체가 육지로 올라오면서 아가미 호흡이 폐 호흡으로 변하게 된다고 간주한다. 양서류인 개구리의 경우 올챙이 때에는 아가미 호흡을 하다가 개구리가 되면 호흡기관이 피부와 허파가 되는 격이다.

잠자리가 초식 곤충이 아니라는 점도 연구의 중요성을 높이는 부분이다. 잠자리는 일생동안 육식을 하는데 주로 물고기 알이나 치어, 모기, 각다귀 등의 곤충을 잡아 먹는다. 이들은 또 주로 물가에 살면서 개구리의 먹이가 되기도 한다. 생태계의 균형을 이루면서 먹고 먹히는 자연스러운 공생관계의 중간축이 되는 것이다.

고운 맵시의 깃동잠자리, 밀잠자리, 된장잠자리를 시작으로 잠자리의 대명사 고추잠자리까지 나타나면 온 들녘 산기슭에 잠자리 천지가 된다.

한국에 서식하는 잠자리는 대략 100여종이다. 밀잠자리와 깃동잠자리는 우리나라 뿐 아니라 아시아지역에서 매우 흔한 잠자리 종류다. 된장 잠자리는 동남아가 원래 서식지였지만 1시간에 100㎞이상을 가는 속도로 계절풍을 타고 바다를 건너온 것이다. 여름 잠자리의 가장 큰 특징은 물구나무서기다. 파충류처럼 체온 조절이 되지 않기 때문에 태양의 뜨거운 직사광선을 최대한 피하기 위해 잎 뒤로 숨어 지면과 수직이 되게 물구나무를 선다. 햇볕에 닿는 면적을 최소화하기 위한 생존법이다.

잠자리 중 특히 좀잠자리는 여름 한 철 1㏊의 공간에서 무려 100g의 모기를 먹어 치운다고 한다. 잠자리가 모기를 잡아 먹는다는 사실도 그렇지만 그 양이 놀랍다.

벌써 코스모스가 피었나 했더니 잠자리들이 날아 다닌다. 네 날개로 날아다니는 잠자리는 사람들에게는 물론 축생들에게도 반가운 손님이다. 연약한 듯 보이는 잠자리가 모기의 천적이라니 자연의 섭리가 신비롭다./임병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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