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MZ 도발, 그리고 작금의 한반도

북측의 우연히 없는 행위엔 다 계산된 속셈이 있다. 잇따른 해상도발이 잠잠해지는가 싶더니 이번엔 육상도발이 자행됐다. 어제 오전 6시10분께 발생한 연천 비무장지대(DMZ) 총격전은 2001년11월27일 이후 1년8개월만에 또 다시 일어난 북의 선제 도발인 점에서 주목된다. 총격전은 국군의 즉각 응사로 약 2분의 교전 끝에 멈추었으나 아군 GP 옹벽에 맞은 북측 탄환은 DMZ에서 사용할 수 없는 14.5mm 기관포탄으로 밝혀졌다.

북의 이런 무력 도발은 예의 정전협정 무력화 시도의 일환이긴 하나, 아울러 부시 미국 행정부의 침묵적 강공에 맞대응을 시사하는 것으로 보아져 특히 관심이 크다. 미국이 오는 9월초 경수로 건설사업에서 손을 떼고 철수하기로 한데 이어 탈북자 수천명을 난민으로 인정해 받아들이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는 소식이 전해졌다. 만약 이것이 사실이라면 탈북사태를 유발, 평양정권의 교체를 시도하는 붕괴 시나리오가 가동하는 게 아니냐는 전망이 제기된다.

그러나 이렇게 될 경우, 중국의 반발은 물론이고 북 또한 체제 붕괴의 위험을 가만히 앉아서 방관만 하지는 않을 것이다. 미국의 그같은 방침이 북을 핵문제의 평화적 해결 테이블로 무조건 끌어내는 압박수단으로 성공한다면 다행이나 그렇게 낙관시만 할 수 없는 조짐이 이번 같은 DMZ 총격전 도발이다. 북에 특사를 보낸 중국은 “북측이 다자회담을 수용할 것 같다”고 밝혔으나 다자회담도 형태에 따라 차이가 많아 미국은 여전히 북의 진의를 의심하고 있는 것 같다.

결국 미국에 선체제보장을 요구하는 북측 주장과 북에 선핵폐기를 요구하는 미국측 주장은 여전히 절충점을 찾지 못한 채 평행선으로 가고 있다. 이런 가운데 나도는 전쟁설은 간과해선 안되는 주목해야 할 대목이다. 장관급회담을 위해 왔던 김령성 북측 단장의 “핵 구름이 몰려온다”는 서울발언을 단순히 정치적 제스처로 보아 묵과해서는 안된다. 또 페리 전 미국방장관에 이어 나온 미의회조사국(CRS)의 여름철(7~10월) 전쟁위험 경고를 가볍게 보아 넘겨서도 안된다.

정부는 DMZ 총격도발 같은 타타담담(打打談談) 전략을 구사하는 북의 의도와 미국의 대북정책 기조 방향을 잘 헤아려 계획된 우발적 충돌이 없도록 하는 외교 역량을 보여야 할 때다. 노무현 대통령은 “어떻게든 한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나는 일은 없도록 하겠다”고 다짐한 바가 있다. 반드시 꼭 그렇게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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