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자치 민원행정, 왜 이러나

지방자치단체들의 최근 민원행정 실태를 보면 과연 공직자로서의 자질이 있는 지 의문을 품지 않을 수 없다. 판단 미숙이나 행정착오라고 하기엔 의혹이 가는 게 너무 많다. 이런 상태가 계속된다면 앞으로의 업무처리 능력이 심히 걱정스럽다.

용인시는 문화재보호구역으로부터 300m 이내에서 개발행위를 할 경우 경기도의 문화재 현상변경허가를 받아야 한다는 문화재보호법을 어기고 문화재 바로 옆에 있는 죽전지구 안에 고층아파트 사업승인을 두 차례나 내줬다.

수원시 역시 문제가 많다. 재산권을 지키려는 토지주들의 권한을 강제로 제한할 방법이 없었다고 강변하고 있지만, 택지개발사업을 위해 이의동 일대 340만평에 대한 개발행위 허가를 전면 금지하기 직전, 수십여건의 개발행위 신청을 무더기로 허가했다. 이로 인해 막대한 보상비가 늘어났음은 물론 선별적인 허가취소 해당자 및 건축물 존치를 요구하는 건축주와의 마찰 등 심각한 후유증을 자초했다.

광주시의 경우, 도로가 날 땅에 무더기로 건축허가를 내준 것은 참으로 ‘어이 없는 행정’의 표본이다. 광주시는 국지도 57선의 실시설계가 이미 끝난 오포읍 문형리 일대에 2000년 7월 아파트 건설업체가 신청한 국토이용계획변경안을 주민들에게 공람공고했다.

특히 2001년 3월 경기도로부터 협의 요청을 받고 답변까지 했으면서도 업체는 물론 주민들에게 도로 개설 사실을 감춰왔을 뿐 아니라, 지난해 4월 수원국유림관리소에서 ‘(아파트 사업부지 중 산림청 소유 땅에 도로가 뚫리게 돼) 국토이용계획변경 협의를 취소한다’는 공문을 받고도 담당자가 결재조차 받지 않고 1년이 넘도록 묵살한 것으로 밝혀졌다.

더구나 도로가 뚫리는 사실을 알면서도 감춘 것은 지난해 6·13 지방선거 당시 ‘문형리 일대에 각급 학교와 공원 등의 조성계획이 있다’며 이 사업 추진을 공약한 모 후보를 돕기 위해서였다는 비난을 면키 어렵게 됐다.

‘드러나면 그때 봐서 조치한다’ ‘일단 허가하고 민원이 발생하면 취소한다’는 식의 면피성 민원행정은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당국의 철저한 조사와 지자체들의 민원행정 쇄신을 엄중 촉구해 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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