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자동차엔 역시 하투(夏鬪)는 없었다. 오직 협상만이 있었고 그것은 평화적이었다. 지난 11일 국내 자동차 업계 최초의 3년 연속 무분규 사업장을 기록한 쌍용자동차의 올 노·사 협상 성공은 그토록 성숙된 것이었다. 임단협은 45일에 걸친 마라톤 협상 끝에 이뤄졌으나 분규 없이 마무리 한 것을 노·사는 쌍용자동차가 지향하는 경영전략의 착실한 이행 다짐으로 평가한다. 예전같으면 협상이 진행되는 동안 북 치고 장구 치며 요란한 구호 속에 어지러운 분위기가 연출됐었다.
그러나 이제 그런 모습은 사라진지 오래다. 전국적으로 소문났던 강성노조운동 사업장이 이처럼 성숙된 노동문화를 뿌리 내린 건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이 큰 계기가 됐다. 지난 99년 8월 대우로부터 워크아웃 대상업체로 선정되면서 ‘회사가 살아야 노동조합도 산다’는 새로운 인식이 근로자들 사이에 싹트기 시작했다. 얼마 후 새로 취임한 소진관 사장 역시 ‘회사가 살아날 힘은 근로자들이 배양한다’는 신념으로 노·사 화합에 심혈을 기울였다. 쌍용그룹 공채 사원으로 출발, 사장 자리까지 오른 그는 역시 전문경영인다운 안목으로 신차 개발에 나서는등 회사 경영을 혁신했다. 이같은 노사화합을 마침내 큰 결실을 거둬 지난해는 10년만에 최초로 흑자를 기록하는데 성공했다. 연간 16만대를 매출, 3조4천173억원의 매출액중 3천204억원의 단기순이익을 내는 경이적인 성과를 올렸다.
올 계획 또한 역동적이다. 16만7천대 매출에 3조6천500억원의 매출액을 목표로 힘찬 진군을 하고 있다. 오는 12월로 끝나는 워크아웃을 명예롭게 졸업, 독자 회생에 나선다는 희망찬 포부에 차 있다. 쌍용자동차는 경기도 지역경제에 지대한 역할을 한다.
특히 평택 지역사회는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다. 근로자 수가 7천200여명 규모에 이르는 쌍용자동차의 지역사회 파급효과는 가히 절대적이다. 그래서 지난 11일 노조의 잠정합의안을 조합원들에게 묻는 찬반투표는 평택지역 사회 또한 큰 관심사가 아닐 수 없었다.
잠정합의안은 닲기본급 7만6천원(기본급 대비 7.42%) 닲생산장려금 100만원 지급 닲2003년 경영목표 달성시 200% 성과급 지급(상여금 기준) 닲2003년 경영목표 초과 달성시 100% 성과급 추가 지급(상여금 기준) 닲근로복지기금 5억원 출연 등 7개 항의 별도 합의안 등을 내용으로 하는 것이었다. 투표 결과는 역시 투표 인원의 56.3% 찬성(전체 조합원의 92.7% 투표)으로 올 임금 협상이 완전 타결됐다. 올 자동차업체중 최초로 임금협상을 타결하면서 최초 3년 연속 무분규 사업장 위업을 이룬 것이다.
평택지역사회는 쌍용자동차의 이같은 노·사 평화 정착을 새로운 노동문화와 기업문화의 화합으로 평가한다. 노·사문화는 결코 상호대립이 아닌 상호협력관계가 실체적 진수임을 보여주는 게 바로 쌍용자동차의 무분규 성장이다. 기업의 성장은 또 노·사 어느 쪽도 독점이 될 수없는 노·사 공동의 공유물이다.
쌍용자동차같은 노·사평화 정착이 널리 파급되길 기대해 본다.
/이수영 남부권취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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