엊그제 17일은 제55주년 제헌절이었다. 1948년 7월17일 제1대 국회에서 대한민국 헌법을 제정했고 다음해 10월1일 이날을 국경일로 정해 기념하기 시작했다. 법(法)을 정의하는 용어는 많지만 그중 하나는 국가 권력에 의해 강제되는 사회질서, 혹은 인간의 질서다.
불교의 근원지였던 인도에서는 법을 ‘다르마’라 하여 인간의 질서, 즉 개인적인 도덕을 강조하였으며 그 후 사회가 복잡해지고 혼란스러워지면서 상당수 국가의 법 정의는 ‘만인(萬人)의, 만인에 대한 투쟁에서 오는 사회논란을 해결하고 조화와 복지를 도모하기 위해 만든 사회질서’다. 물론 무정부주의자나 자유방임주의자, 마르크스주의자를 비롯, 성선설에서는 ‘인간의 근본적인 자유를 제약한다’하여 부정하기도 했다.
그러나 현대에서는 ‘사회가 있는 곳에는 법이 있다’할 정도로 법은 그 특성을 달리하지만 반드시 존재하는 인간생활의 가장 중요한 요소로 자리잡고 있다.
모방송 대담프로에서 제헌 국회의원이던 김민기옹은 “우리나라 법은 일제치하를 거치면서 혼란스러웠던 국가를 바로잡기위해 국민에게 물어볼 시간도 없이 당시 조선총독부 건물에서 국회의원들이 모여 제정했다”며 “그러나 가장 근본적인 이념은 민주주의 및 국가수호이자 국민들의 권리보호였다”고 정의했다. 김 옹은 특히 “그동안의 법은 일부 위정자가 권력을 유지하기위해 변형하기도 했으나 국민들의 저력은 이를 이겨냈다”며 “반드시 법은 위정자나 국민들 모두가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소크라테스도 ‘악법도 지켜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작금 우리주변에는 법을 못 지키는, 아니 어쩌면 안지키는 사람들이 너무도 많다. 17일 오전 10시 제헌절 기념식을 한 국회에서는 굿모닝시티와 연관된 인사들에 대한 법적처리 문제가 불거졌고 새로운 특검법과 노무현 대통령이 제안한 정치자금법 개정을 놓고 첨예한 대립을 계속했다.
또 도내에서는 여전히 민·형사법을 어기며 악행을 저지른 범죄자들의 기사가 연이어 지면을 장식했고 도로에서는 휴일 차량이 대폭 줄자 불법 좌회전과 폭주를 일삼는 이들이 곳곳에서 발견됐다. 이 뿐만이 아니다. 지난 7월1일자로 공공장소에서는 ‘금연’을 실시한다는 정부 발표가 있었으나 여전히 건물내 담배연기는 가득찼고 일부 가정에서는 부부간에, 혹은 부자·부모간에 불화로 생기지 말아야할 위법행위가 이어졌다.
권력에 대한 탐욕과 물질만능주의에 빠져들고 사회적 불신이 높아지면서 어쩌면 정부에서 일개 국민들까지 ‘법은 거추장 스러운 것’, ‘내맘대로의 무법천지(無法天地)’, ‘내가 편하면 그만’이라는 식의 위험한 사고를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기 그지없다.
정부나 국민 모두 마치 ‘내가 심은 사과나무에서 사과를 따 먹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빠져 기다림은 없고 즉흥적으로 모든 것을 해결하려는 것 같다.
법은 즉흥적인 사고로는 절대 지켜질 수 없는 것이다. 이탈리아 속담에 ‘일년내에 부자가 되려고 한다면 6개월내에 교수형을 당할 지도 모른다’는 이야기가 있다. 기다림없이 법을 어기면서까지 성공하려는 자는 결코 그 명성을 오래 유지할 수 없다.
56주년 제헌절에는 악법을 고쳐 옳은 법을 적용하는 정부, 그 법을 지켜가는 국민이 있는 참다운 ‘법치국가(法治國家)’의 면모를 갖춰보자.
/정일형 정치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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