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이

오이가 중국을 거쳐 우리나라에 들어온 것은 1천500년 전으로 추정된다. 오이는 반찬으로 주로 먹지만 온몸이 푸석푸석 부어 오르는 증세를 가라 앉히는 데에도 널리 쓰인다.

오이는 차의 재료로도 유명하다. 반으로 갈라 그늘에 잘 말린 뒤 물에 넣고 끓여 먹는 것을 ‘호과차’또는 ‘오이차’라고 한다.

오이는 숙취해소에도 그만이다. 오이를 썰어 소주에 넣으면 술맛도 개운하고 상큼해지지만 숙취를 예방하는 역할도 한다. 숙취에 오이를 이용한 것은 서양에서도 마찬가지다.

푸슈킨의 소설 ‘대위의 딸’을 보면 오이지물에 꿀을 타서 마시는 것이 숙취를 풀어주는 데 최고라는 구절이 나온다. 소설의 배경이 에카테리나 여황제시대니까 200년 전 쯤이 된다. 그때 이미 오이가 숙취해소용 야채로 널리 이용됐다는 얘기다.

수분과 비타민이 풍부한 오이가 요즘 같이 무더운 날씨에 제 맛과 향을 뽐내고 제 역할을 톡톡히 해 내는 것은 찬 성질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뜨거운 물이나 불에 데었을 때 강판에 간 오이를 화상 부위에 붙이는 것도 찬 성질을 이용한 요법이다.

한 여름 더위를 먹고 기운이 없을 때 오이를 강판에 갈아서 발바닥에 붙이면 효과적이다. 발바닥을 오므리면 앞쪽에 음푹 들어가는 부분이 생기는데 바로 이 용천경혈에 오이즙으로 자극을 주면 메말라가는 진액을 보중하는 효과가 있다고 한다.

하지만 오이는 찬 성질이 강하므로 손발이 냉한 사람, 눈이 안쪽으로 쑥 들어간 사람, 피부색이 유난히 흰 사람은 너무 많이 섭취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선천적으로 냉한 체질이기 때문에 지나치게 먹으면 몸이 더욱 차가워지면서 건강균형이 쉽게 깨져 버린다. 저혈압이 있거나 빈혈 증세에 자주 시달리는 사람도 과식하지 않도록 양을 조절하는 게 좋다.

며칠 전 아버지의 마을 금당리를 다녀오는 길에 시골마을 느티나무 그늘에서 노인들이 오이를 안주로 술을 드시는 모습이 하도 정겨워 ‘오이 예찬’을 해 봤다./임병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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