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6대 대선자금 조사 특별법'을

노무현 대통령의 대선자금 특별 기자회견 내용은 대체로 인정된다. 모두 발언이나 질의에 대한 답변 등이 수긍할만 하다. 대선자금 문제는 큰 틀에서 보아야 한다. 지엽적인 문제에 집착하면 본질이 흐려진다. 대선자금을 공개하자는 것은 곧 정치개혁의 시동이다. 정치권력의 정점을 생산하는 대선부터가 선거자금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으면 그 어떤 정치개혁도 무위하다. 대통령은 ‘경선 비용은 사실상 합법의 틀 속에서 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경선자금을 포함한 대선자금 전모를 여야가 다 같이 검찰 아니면 특검을 수용해서라도 검증 절차를 받자고 한 것은 설득력이 있다.

한나라당이 이를 예의 ‘물귀신작전’으로 거부하는덴 한계가 있다. 진정으로 국민적 의혹 해소에 충실하고자 하는 의향이 있다면 여야 공동공개 제의를 마다할 이유가 없다. 야당이 의도하는 굿모닝시티 관련 자금에 의심을 갖는다면 이를 확인하기 위해서라도 공동 검증을 거부해선 안된다. 무엇보다 16대 대선자금 전모 공개 제안은 그 자체가 고백성사다. 누구를 처벌하기 위한 것도 아니며 어느 당이 돈을 더 쓰고 덜 썼는가를 가려 새삼 의미를 부여하는 것도 아니다. 다만 자유로울 수 없는 대선자금의 여러 문제점을 교본적 반면교사로 삼아 다시는 이런 일이 되풀이 되지 않도록 개혁하자는 것이다.

이 점에서 여야 합의로 ‘제16대 대통령 선거자금 조사 특별법’같은 것을 만들자는 생각은 검토해 볼만 하다. 조사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드러날 기업인들의 선거자금 수수사실을 끝내 비공개로 한다는 것도 어려운 일이고, 그래서 부득이 문제 삼는다면 가뜩이나 어려운 경제를 더 어렵게 만들면서 정치권은 또 한바탕 소용돌이에 휘말리게 될 것이다. 과거의 족쇄에 묶여 미래 지향의 발전이 정지되곤 했던 현실에서 또 이런 전철을 밟는 게 과연 현명한 것인지 깊이 생각해봐야 한다.

그러므로 지난 대선자금에 관한한 특별법으로 그 모든 것을 불문에 부치기로 한다면 실체적 진실규명도 보다 용이하고 후유증 또한 극소화가 가능하다. 물론 형사 소추하지 않을 조사를 한다는 것은 통상적 인식에 위배된다는 이의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어느 기관의 대선자금 조사가 되든, 그 조사로 인해 정치개혁이 시동되고 정경유착의 고리가 마침내 단절된다면 지금까지 거듭 해온 처벌보다 더욱 값진 국가사회적 의미가 있다고 보는 것이다. 노 대통령의 대선자금 공개 제의는 어떻든 이제 정치권이 풀어야할 과제가 됐다. 여야의 전향적 판단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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