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교산의 아침/시의장 해임결의안 유감

부천시의회가 류모 의장의 도덕성 문제를 놓고 혼란에 빠져 있다. 시끄럽다 못해 역겨울 정도다. 징계위를 구성, 조사를 벌인끝에 류모 의장에 대해 ‘30일 출석정지’란 징계를 내리는듯 했다.

그러나 이같은 징계는 의장불신임(안)을 내기 위한 고도의 작전이었다. 부천시의회는 지난 14일 열린 임시회에서 의장에 대한 징계에 이어 불신임(안)을 상정해 가결시킴으로써 의장직을 박탈한 것이다.

내용은 이렇다. 류 의장이 관용차를 사적으로 사용했고 가지도 않은 행사에 다녀온 것처럼 수당을 지급받았다. 또 의회 방문 기념품 다량 외부 유출과 명함 과다 제작 배포 등 의장으로서 자질에 문제가 있었다는 것이다.

당초 일부 의원들 사이에선 이 문제를 거론하며 의장불신임(안)을 제출하려고 했다. 그러나 법률적 검토를 거친 결과 불신임안이 성립되지 않는다는 판단을 내렸다.

왜 이런 도덕성 시비가 불거져 나왔을까. 류 의장은 바로 해명하고 진화에 나섰다. 일부는 인정하고 수당부분은 입금된 사실을 나중에 알고 반납했다는 게 골자다.

공식 사과를 준비했으나 의원들이 이를 거부했다. 어찌 보면 큰 문제가 아닌 사소한 사유들인 것 같은데 외부에 의해 노출되지도 않은 의장의 비도덕성을 의원들은 무슨 이유로 자진해서 들고 나와 징계를 거친 후 바로 불신임(안)을 가결했는지 의문들이 꼬리를 문다. 명분상 독단적 의회 운영에서 비롯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이면에는 류 의장의 폭넓은 활동이 혹시나 내년에 치러질지도 모르는 부천시장 보궐선거를 염두에 두고 있다는 판단에 따라 이를 차단하고 미리 흠집을 내기 위한 포석이 숨어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내년 7월 하반기 시의회 의장 선거 구도와 연관성이 있다거나 호남출신 죽이기란 해석도 제기되고 있다.

이같은 분석은 차기 부천시장 예비후보군인 전직 의장 출신 2명을 포함해 차기 의장에 뜻을 두고 있는 다선급 시의원들에 의해 류 의장의 도덕성 파문이 불거졌기 때문으로 풀이되고 있다.

현재까지 이런 저런 이유로 그렇게 했을 것이란 개연성과 소문만 있을 뿐이다. 정말로 의장의 도덕적 해이를 두고 볼 수 없었던 걸까. 아니면 의장 죽이기 시나리오였을까. 어떤 판단이 맞는지 모르는 상황이다. 불순한 의도가 정말 없었기만 바랄뿐이다.

부천시의회 의장 문제는 곧 부천시의회 문제다. 부천경실련이 부천시의회의 도덕적 해이를 규탄하는 성명을 냈다. 의장은 의장대로 의장불신임 가처분청구소송을 제기한다고 한다. 법정다툼으로 번지고 있는 형국이다.

경위야 어찌됐든 이미 알려진 류 의장의 비도덕적인 행위와 동료 의원들에게 신뢰를 주지 못한 점은 비난받아 마땅하다. 아무리 사소한 일이라지만 말이다. 자신들이 뽑은 의장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일부의 지적처럼 뒷전에서 흠집을 내며 죽이기(?)를 하는 모습도 보기가 좋지 않다. 이것 역시 비도덕적한 행위이기 때문이다. 오이밭에선 신끈을 매지 말고 오얏나무 아래에선 갓끈을 고쳐 매지말라는 말이 있다. 남에게 의심받을 짓을 하지 말고 올바르게 처신하라는 경고다.

이번 사태를 통해 부천시의회가 의장은 말할 것도 없이 다른 의원들도 한점 부끄럼 없는 활동을 해왔는지 돌이켜보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남만 탓하는 게 능사는 아니다. 우리 사회는 엄격한 도덕성을 요구하고 있다. 공인들에게 부과된 도덕성은 그래서 더욱 무겁다.

/오세광 서부권취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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