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양 아파트재건축 '비리백과'

안양시 비산동 주공2단지 재건축사업 비리는 ‘공무원엔 뇌물 바치고 하도급 업체엔 뒷돈을 뜯는 민·관 합작’이라는 데서 공분이 크다. 주먹구구식 조합 운영과 인·허가 공무원 금품로비, 하도급업체 선정 비리 등이 얽힌 고질적인 ‘백화점식 비리’ 인데다 한국의 각종 부패형은 모두 집합돼 있는 가히 ‘부패 먹이사슬’의 표본이다.

비산동 주공2단지 재건축사업은 기존 소형(15 ~ 19평형)의 주공아파트를 헐고 재건축하는 대규모 건축사업이다. 원세대(2천356가구)의 주민들 외에 나머지 1천450가구는 국민은행 사원·노조원 등이 주택조합을 결성, 2000년 7월에 착공하여 이르면 오는 12월초 입주가 시작된다.

이주비만 1천200억원에 이르렀던 막대한 재건축을 추진하면서 조합장과 임원, 공무원, 은행 노조위원장, 하도급업체 등이 대형비리를 저지른 이번 비리는 수법도 교활하다.

조합장 홍씨는 도로 확·포장 공사 하도급 업체와 감리회사 대표, 조합 임원 등으로부터 거액의 뇌물과 상납금을 받았으며, 총무이사 전씨는 아파트 및 상가 분양 희망자로부터 수십억원을 받았다. 특히 은행 김모 노조위원장은 재건축조합 간부들의 비리를 폭로하겠다고 협박, 4억원의 돈을 뜯어냈으며, 공무원 강모씨는 안양시 도시교통국장 재직 당시 전기공사 감리업체로부터 거금을 받았다. 여기에다 하도급업자까지 공사를 수주받지 못하자 비리사실 폭로 위협을 앞세워 뇌물원금은 물론 이자비용까지 얹어 3억원 이상을 뜯어냈다니 비산동 주공 재건축사업장은 비리가 비리를 등친 먹이사슬의 현장인 셈이다. 더구나 시공사측이 관계 공무원이나 조합 간부들에게 금품 로비를 벌인 혐의도 수사중이라니 더욱 큰 파장이 예상된다.

고양이에 생선 가게를 맡긴 격인 비산동 아파트 재건축 비리의 보다 큰 문제는 후유증과 손실이 고스란히 조합원의 부담으로 전가되는 데 있다. 아파트 분양값이 대폭 상승돼 서민들의 경제를 더욱 어렵게 할 뿐 아니라 부동산 투기를 부추기는 요인이 되기 때문이다.

앞으로도 아파트를 재건축해야 할 대상지는 많다. 재건축 비리 근절을 위해선 당국의 철저한 관리·감독과 단속 밖에는 방법이 없는 것 같아 유감이 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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