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어제 민주당의 대선자금 공개에 이어 한나라당도 공개해야 한다고 했다. 한데도 한나라당은 공개를 거부한 채 민주당 발표만을 힐난한다. 물론 민주당의 대선자금 발표를 우리도 액면 그대로는 믿지 않는다. 우리 역시 한나라당이 문제삼는 대목을 한나라당에서 지적하기 앞서 보완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나 한나라당이 민주당의 대선자금 발표 내용은 조작된 것이라면서, 정작 자당의 대선자금 발표엔 꼬릴 내리는 건 공당답지 않다. 자기 당의 대선자금에 구린데다 있어 국민에게 밝히지 못한다면, 그 주제에 상대 당의 자금이 구리다는 비난은 뭐 묻은 무엇이 뭘 나무라는 거나 같다. 국민은 대선자금을 은폐하는 한나라당 보단 그렇게라도 대선자금을 발표한 민주당에 무게를 더 두는 쪽이 많을 것이다.
한나라당이 민주당의 대선자금 발표를 물타기로만 매도하는 것은 온당치 않다. 정녕, 한나라당이 200억원 모금설이나 굿모닝 시티 자금 유입설 등 민주당의 대선자금 의문을 규명하고자 할 용의가 있으면 이래선 안된다. 한나라당 역시 대선자금을 공개하여 양당의 발표 내용을 토대로 검찰이나 특검수사를 통한 검증 과정에서 그같은 의문을 풀도록 해야한다.
사리가 이러 함에도 불구하고 자기 당의 시비거리는 ‘음모론’을 방패삼아 숨긴채, 상대 당에 대한 ‘카더라 설’(說)만을 가지고 정치공세를 일삼는 것은 대선자금 규명 진의가 의심된다. 한나라당이 끝내 대선자금 공개를 할 입장이 못되면 민주당의 발표를 두고 시비 삼을 자격이 있다할 수 없고, 굿모닝 시티 자금의 의문 또한 검찰수사를 지켜보는 것이 순리다. 한나라당의 처신이 어느 여우가 높이 달린 포도를 따먹으려다 안되자 ‘저 포도는 시다’고 했다는 이솝 우화를 연상케 하는 것은 참으로 유감이다. 우리는 민주당을 두둔키 위해 이러는 게 아니다. 오히려 한나라당에 대한 실망이 커서 하는 말이다.
최병렬 대표 취임 이후 걸었던 기대가 무산되고 있다. 당내 개혁은 여전히 지지부진하고, 당의 진로는 여전히 시대를 따라가지 못하고, 정치공세는 그 방법이 여전히 구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한나라당은 지금이라도 대선자금을 공개하여 민주당과 함께 검증을 받고자 하는 결단을 보여야 한다. 이것이 책임 공당의 자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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