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학규 지사의 대권 ‘도전’

손학규 경기도지사의 대권 행보는 새삼스런 게 아니다. 그는 한번도 그런 의사를 밝힌 적은 없으나 이미 그같은 모습을 보여왔고 그렇게 보는 관측 또한 객관화 되어 있다. YTN의 대담 프로그램에서 “대통령 후보의 기회가 온다면 거절하지 않고 해보겠느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대답한 것은 다만 그 자신이 처음으로 시인한 점에서 주목된다. 이로써 손 지사의 대권 의향은 수면으로 떠올라 향후 보폭에 더욱 관심이 쏠리게 됐다.

경기도지사의 대권 도전은 좋으면 좋았지 나쁠 건 없다. 한반도 중핵인 1천만 웅도의 지방정부 수장으로서 능히 가질만한 포부다. 문제는 도정을 유종의 미로 장식해야 하는데 있다. 지사의 임기 만료와 대통령의 임기 만료는 약 20개월 시차가 있어 손 지사가 재임 중 중도하차 할 이유는 없다. 그 자신이 YTN 인터뷰에서 “대선 얘기는 너무 빠르다”고 한 건 도정의 착실한 추진을 우선하고자 하는 것으로 보아진다. “현재는 경기도의 경쟁력을 키우는 것이 국가 경쟁력을 높이는 것”이라는 언급은 적절하다.

역시나 그랬다. 손 지사의 도정을 통한 대권 지향성 행보는 군데군데서 감지됐던 게 사실이다. 전직 국무총리를 비롯, 정·관·학계 등 인사를 망라한 ‘경기발전위원회’ 출범 그리고 지난 달 방미 길의 부시 행정부 고위층 연쇄회동에 이은 미2사단 재배치 문제의 거듭된 재고 요청, 경기도·EU 바르셀로나 학술회의 등이 그같은 사례다. 수도권의 인적·물적 인프라를 최대한 활용하고자 하는 동북아 경제중심 실현 방안도 이에 속한다. 최근의 대북교류 장기계획도 문제점이 있긴 하나 같은 맥락이다. 수도권 접경지역의 최고 행정 책임자로서 역량 창출의 주요 소임이면서 국가차원의 전략사업인 것이다.

하지만 대권의 길은 평탄치 않다. 성장과 분배의 균형을 추구하는 중도 진보성향의 정치인으로 아는 손 지사가 한나라당의 보수 체질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하는 건 순전히 그의 몫이다. 시일은 있다. 그리고 도전은 수많은 태산준령과 망망대해와 늪지대를 헤쳐가는 실로 고독한 작업이다. 지역사회의 광역단체장 예우 차원에서 격려를 보낸다. 아울러 대권 후보를 향한 정진과 병행하여 일관된 도정 추진 의지에 변함이 없길 바란다. ‘경기 비전 2006’의 10대 정책분야에 걸친 51개 역점사업에 대한 소기의 성과를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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