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학규 경기지사의 대권도전과 관련해 이러쿵 저러쿵 말이 많다. 삼인언시유호(三人言市有虎)라는 말이 있다. 이 말은 위나라 혜왕과 방총의 대화에서 비롯된 것으로 ‘세사람이 저자거리에 호랑이가 왔다고 하면 처음에는 왕이 믿지 않겠지만 나중에는 믿을 것’이라는 말이다. 즉 터무니 없는 말일 지라도 여러 사람이 말해 소문이 나면 듣는 사람이 믿어 버린다는 것이다. 자칫 과장된 말들이 손 지사의 귀를 흐려 엉뚱한 판단을 할까 우려스럽다.
물론 손 지사의 대권도전은 새삼스러운 것은 아니다. 국회의원 시절부터 항상 대통령 후보군에 속해있었으니 말이다. 단지 달라졌다면 정치인인 국회의원과 1천만 도민을 이끄는 도백과의 차이다.
국회의원 시절에는 지역구민을 비롯해 도민들의 상당수가 ‘경기도 출신은 언제쯤 대통령이 돼보나’하는 기대감을 갖고 정치인 손학규를 바라보았고, 도백이 된 현재는 ‘풍부한 정치·행정적 경험을 살려 대권보다는 어떻하면 보다 잘 사는 경기도를 만들어 달라’고 하는 바람으로 도백 손 지사를 보고 있을 뿐이다.
그런데도 이런저런 소리가 끊이질 않는다. 이런 말도 들려 온다. 손 지사의 측근들이 두패로 나뉘어 ‘기회는 이때이니 대권도전을 강력히 시사해 세(勢)를 모으자’, ‘아직은 때가 이르니 좀더 기다려야 한다’며 서로 으르렁 거리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분명히 기억하고 있는 것이 있다. 경기도민들 가슴속 깊이 응어리가 되고 있는 ‘대통령 출마설=낙마’라는 것이다.
초대 이인제 지사는 임기 절반을 마치고 도민들을 뒤로하고 대권에 출마했다가 도민들의 가슴에 상처만을 남겼고 전임 임창열 지사는 손 지사에 버금가는 만큼 대권 조심론을 폈음에도 불구하고 결국 측근들의 ‘엉뚱한 행동’으로 그 회오리에 휘말려 끝이 좋지 않았다.
이러면서 도민들에게는 마음깊은 곳에 경기도지사의 대통령 출마를 바라면서도 그 말을 함부로 꺼내지 못하는 ‘조심성’이 자리잡고 있다.
이러할진대 벌써부터 손 지사가 대권출마설에 휘말리는 것은 자의든 타의든 옳지 않다.
대통령이 되는 것은 붕정만리(鵬程萬里)다. ‘붕새가 꿈꾸는 남쪽바다로 가기 위해서는 물치기를 3천리나 하고 거기서 일어나 9만리를 날아 올라 6개월을 비행해야만 한다’는 것이다. 즉 대통령이 되기위해서는 끝없는 고뇌와 계획, 결단에 이어 과감한 실천의 자세까지 준비되어야 한다.
따라서 손 지사가 우선적으로 할 일은 ‘도민들의 가슴에 스며드는 도백으로서의 행정’을 펴 도민들의 가슴속에 자리하는 것이다.
경기도지사로서 1천만 도민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준비와 노력을 하지 못한다면 대통령을 향한 첫 단추부터 그르치는 것은 너무나 자명한 것 아닌가.
대권출마설이 나오자 마자 손 지사의 한 측근은 “현재로서는 경기도를 전국에 제일가는 자치단체를 만드는데 주력할 뿐 결코 대통령 출마는 꿈도 꾸고 있지 않다”며 “언론도 너무 민감하게 받아들이지 말아달라”고 당부했다. 이 말이 손 지사의 진심이라고 믿고 싶다.
이해관계에 따라 다르겠지만 상당수의 도민들은 손 지사가 대통령을 꿈꾸는 것을 마다하지 않는다. 다만 도백으로서 맡은 바 책무를 다한 뒤에 도민들의 박수를 받으며 그 웅지(雄志)를 펴 달라는 바람이다. 손 지사의 측근들도 판세니, 정보니 운운하며 귀를 흐리기 보다는 도민들 내면에 고고히 흐르는 심류(心流)에 다가서는 준비에 열중하길 바란다.
/정일형 정치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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