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성 정부기금, 통·폐합해야 한다

감사원이 최근 공개한 정부기금 관리 실태 감사 결과는 충격적이다. 국민 세금이나 다름없는 출연금·부담금으로 구성된 정부기금이 효율도 떨어지고 목적에도 맞지 않는 사업에 지출됐다니 어이가 없다. 24개 정부 기금을 중·장기 단계적으로 폐지해 정부 예산에 통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감사원의 권고는 타당하다.

이유는 명백하다. 기금 설립 목적이 소멸됐는데도 여전히 운용하고 있거나 기금의 설립목적과 무관한 다른 사람들이 수혜대상이 돼 있는 등 운영실태가 부실하기 때문이다. 23개 부처가 58개 기금을 개별적으로 운용하면서 동일한 사업에 2개 부처 이상이 기금을 중복 지원했는가 하면 정작 자금이 필요한 사업에는 지원되지 않는 등 운용의 효율성도 크게 떨어진다.

감사원이 폐지를 권고한 내용은 14개 부처에서 운용중인 24개 기금이다. 소요 금액이 무려 20조 2천 396억원이다. 이 중 문화관광부가 5개로 폐지권고 대상이 가장 많다. 예컨대 문화예술진흥기금을 통해 471억8천900만원을 지원하고 있는 상태에서 방송위원회도 같은 목적으로 방송발전기금 94억7천900만원을 지원하고 있다. 해양수산부는 수산발전기금으로 올해 수산물 가격안정, 유통구조 개선 사업에 420억원을 지원하는데 농림부에서도 같은 목적 사업에 농수산물가격 안정기금 3천612억원을 지원하고 있다.

재정경제부가 운용하는 ‘농어가 목돈마련 저축장려기금’은 농어민들에 한정해 지원돼야 한다. 그러나 수혜자 중 절반 이상이 농어민이 아닌 사람들인데다 심지어 직장인이 자신의 집에서 개 두 마리를 기르면서 농어민으로 위장, 혜택 보는 사례도 적발됐다.

총 운용 규모가 191조원에 달하는 정부 기금 가운데 비효율 운영실태가 여실히 드러났는데도 감사원의 폐지권고가 법적 구속력이 없다는 것은 큰 문제다. 구속력이 없는 권고를 받고 관련 부처가 일사불란하게 기금개혁에 나설 것으로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러나 문제의 기금들은 사업들을 단계적으로 통폐합하거나 예산사업으로 마땅히 전환해야 한다. 목적과 필요성이 불분명한 기금운용은 세금 낭비는 물론 전체적인 국가 재정 운영의 투명성을 떨어뜨린다. 부처 이익만을 챙길 때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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