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와 생선

예상은 했지만 중앙선거관리위원회와 시민단체 등이 제안한 정치관계법 개정안에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소속 의원 상당수가 ‘개혁’에 부정적인 것으로 드러났다. ‘한겨레’신문이 정개특위 소속 여야 의원 20명을 상대로 실시한 정책 설문조사 결과다. 여야 의원들의 태도는 한 마디로 ‘기득권을 포기할 수 없다’로 요약된다. 고양이에 생선가게 맡긴 격이다.

주된 반대논리는 “개정 의견이 한국 정치의 현실과 너무 떨어져 있다”이다. 특히 최근 정치개혁 논란의 핵심이 되고 있는 정치자금 기부자의 신상 공개에 대해서는 한나라당 의원 7명 전원이 “사실상 야당의 정치자금 모금을 막겠다는 발상”이라는 이유로 반대했다. 의정보고회 등을 통한 상시적인 선거운동을 하면서 정치신인들의 등장을 의식해 선거일 180일 전부터 허용하는 선거운동을 반대하는 것도 ‘억지논리’다.

다만 선거자금 수입·지출 때 단일계좌 사용을 비롯, 국외 거주자 우편 투표제 도입, 선거나이 19세로 낮추기, 당내 경선 관리업무 중앙선관위 위탁, 당내 경선 낙선자 본선출마 금지, 비례대표 후보 3명마다 여성 1명 포함 등은 대다수가 찬성했다. 현역 의원들에 유리하거나 생색낼 수 있는 사항인데 반대할 이유가 있을 리 없다.

정치관계법은 일부 제도만 고쳐서는 정치개혁의 실효성을 높일 수 없다. 정치자금 투명화를 비롯해 각 개혁방안이 동시에 추진돼야 한다. 여야가 합의할 수 있는 사안만 제·개정 하는 것은 ‘미봉책’에 불과하다. 더구나 국회의석 과반을 차지하는 한나라당 의원들이 정치개혁법안을 반대한다면 본회의 처리 전망은 어둡다. 정치개혁특위가 완전 개혁을 원치 않는다고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의원 중심의 국회 정개특위를 즉각 해체하고 시민단체 등의 참여를 통해 정치개혁 특위를 재구성하면 된다.

“범국민정치개혁특위를 구성해 정치개혁에 박차를 가하고 여기에서 논의된 모든 사안에 무조건 승복하겠다”고 공언한 한나라당 최병렬 대표의 ‘의지’가 생각나서다. 고지식해서 그런지 그 말을 지지대子는 유효한 것으로 믿고 있다.

/임병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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