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카’공포에 떠는 불신사회

양길승 청와대 제1부속실장의 경우처럼 대통령을 최측근에서 보좌하는 권력핵심부 인사마저 몰래카메라(몰카)의 대상이 됐다는 것은 보통 심각한 상황이 아니다. 우리 사회의 어느 누구도 ‘몰카폭력’으로부터 보호받기 힘들어졌다는 점에서 몰카는 공포의 대상이 되었다. 연예인 개인생활을 몰래 들춰내는 방송사의 연예프로그램에서 시작된 몰카가 이제는 권력집단의 생사여탈권까지 쥔 수단으로 변했다.

이렇게 감시카메라(CCTV), 카메라폰 등 유사몰카를 통해 불특정다수 일반시민의 사생활이 침해당하는 등 사회 전반으로 확산된 것은 다분히 한국적 현상이다. 몰카는 불신과 의혹, 통제와 감시가 공존하는 음모사회의 한 단면이다.

더구나 감시시스템의 일환으로 몰카를 공식화, 제도화, 합법화하고 있다. 종업원들이 얼마나 딴전 피우는지 24시간 감시하는 작업장 CCTV, 전국민을 잠재적 범죄로 상정하는 방범용 CCTV가 그렇다. 과속이나 차선위반을 잡아내는 몰카는 물론이고 ‘카파라치’가 교통질서 위반사례를 몰카로 찍어 고발하면 모범시민이라며 포상하는 게 오늘의 실정이다.

문제는 몰카를 이용한 각종 범죄가 갈수록 기승을 부리고 있는 사실이다. 호텔 객실 화장대에 미세한 구멍을 내고 직경 5㎜의 초소형 몰래카메라를 설치한 후 불륜장면을 녹화하는 것은 다반사가 되었다. 인터넷 음란 사이트에 오르는 몰카 사진의 상당 부분은 목욕탕이나 수영장 탈의실, 화장실 등에서 몰래 찍은 것들이다. 심지어 기업체에서는 기밀문서나 출시되지 않은 신차 모델 사진이 유출되는가 하면, 학교에서는 시험답안지를 카메라폰으로 찍어 친구들에게 돌리는 등 부작용이 위험 수위를 넘었다.

그러나 대상자가 누구든 사전 또는 사후에 상대의 동의를 얻지 않고 촬영하는 것은 초상권 침해와 명예훼손이 분명한 부도덕한 방법이다. 음해성 여부를 떠나 이 사회에서 추방해야할 비열한 행위다. 외국에선 대부분 프라이버시 보호법으로 도둑촬영(몰카)을 금지하고 있다. 카메라폰이든, CCTV이든 본인의 동의 없이 화상정보를 수집하는 행위는 개인의 사생활 침해에 해당된다. 포괄적인 사생활 보호법으로 몰카를 강력히 규제하는 법이 속히 제정돼야 한다.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