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8년 본보를 창간할 당시에는 지방자치제가 실시되지 않았다. 권력에 길들여지지 않은, 권력을 길들이고자 하는 신생 경기일보가 그래서 정통 지방 민권언론의 전위로 일관되게 제기한 것이 조속한 지방자치제 실시의 촉구였다. 1991년 마침내 지방의회 구성을 시작으로 지방자치제가 부활됐고, 1995년엔 자치단체장 민선이 이어져 외형으로는 지방자치의 양대 축인 자치단체의 두 수레바퀴를 형성하였다. 그러나 지방자치의 내용면은 여전히 중앙집권의 굴레를 벗어나지 못한 것이 현실이다. 지방자치 발전은 하루빨리 중앙집권의 굴레로부터 해방되는 것으로 출발한다.
물론 지방자치의 강화 추진이 없었던 건 아니다. 국민의 정부는 1999년 1월 지방이양촉진법을 제정하고 지방이양추진위원회를 대통령 직속으로 설치했다. 그리고 3천600여개로 세분한 이양업무를 발굴한 가운데 27.7%를 이양했으나 실패했다. 이양업무의 대부분이 실질권한은 없는 보완업무로 껍데기 뿐이었기 때문이다. 건국 이후 지금까지 움켜 쥐어온 권한을 결코 내놓으려 하지 않는 중앙부처 관료사회는 수치놀음의 전시효과로 생색만 낸 게 당시의 지방업무 이양이었다.
참여정부 들어 국정 10대 과제의 하나로 지방분권화가 추진되고 있다. 지방자치 발전의 획기적 전기가 되는 지방분권은 물론 기대되는 바가 크다. 그러나 중앙부처의 관료사회가 과연 이에 얼마나 인식을 새롭게 할 것인지는 역시 의문이다. 참여정부의 확고한 의지가 없이는 실패한 전철을 되풀이할 것으로 보아 염려가 없을 수 없다.
앞으로 지방분권화의 모법으로 추진될 지방분권법 제정은 이 점에서 분권다운 분권이 반드시 보장되어야 한다. 우선 사무의 전반적 개편이 요구된다. 위임사무를 대폭 축소하고 지방의 고유사무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
예컨대 팔당호 관리문제가 혼선을 빚는 가장 큰 이유는 업무 한계의 모호함에 있다. 지방정부의 전적인 책임으로 돌려 고유사무로 전환해야 한다. 중앙정부는 국가관리의 기본 정책개발 등에 치중하고 사회복지 분야를 비롯한 제반 민생문제 역시 지방정부로 이양하는 것이 효율적이다.
이같은 자치단체 업무 강화와 아울러 지방의회의 입법기능 또한 강화돼야 한다. 조례 제정의 폭을 자유롭게 확대하는 상위 법률의 재조정이 절실히 요구된다. 지방자치의 획일화가 아닌 다양화, 지방자치의 수직성이 아닌 입체화, 지방자치의 기계화가 아닌 경쟁화를 각 자치단체별로 유발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참다운 의미의 지방분권인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또 자치단체의 기구 재편에 대한 자율권이 보장돼야 한다. 무슨 실·국과를 어떻게 두고 지방공무원 수를 얼마를 두든 의회의 필수 의결로 지역주민에게 책임을 지고 행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세제개편 역시 필요하다. 지방자치 선진국과 마찬가지로 국세 위주의 현행 세제를 지방세 위주로 전환해야 한다. 예를 들면 현 국가재정 대 지방재정이 64% 대 36%인 것을 일본의 45.4% 대 54.6% 수준으로 역조시켜 중앙의 재정지원 통제수단으로부터 탈피토록 해야 한다. 지방분권은 한마디로 국가운영의 효율을 위한 개혁 차원으로 추진해야 성공한다.
물론 지방분권을 위해서는 이를 수용할만한 지방자치의 능력 배양이 있어야 하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를 구실삼아 지방분권을 주저하는 것은 시대를 거역하는 중앙의 이기다. 지방분권은 지방정부에 엄청난 새로운 과제이긴 하지만 능히 소화해 낼 수가 있다.
본보는 창간 15주년을 맞이하여 지역사회와 지역주민을 위한 닲자치단체 및 지방의회의 권한 강화 닲기구 운영의 자율권 닲세제개편에 따른 지방재정 우위 등 3대 초점의 지방분권 추진에 선도적 역할을 다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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