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인들의 ‘막말’ 수준은 일본정치인들이 최고수다. 고노이케 요시타다 방제상은 지난 7월 11일 그것도 기자회견 자리에서 12세 소년이 4세 아이를 유괴, 살해한 사건에 대하여 “(범죄를 저지른 소년의) 부모를 시내에 질질 끌고 다니다가 목을 베어 달아 놓아야 한다” 고 말했다.
오타 세이이치 자민당 행정개혁추진본부장은 지난 6월 말 한 토론회에서 유명 대학 학생들의 집단 강간사건과 관련,” 집단 강간을 하는 사람은 아직 원기왕성해서 좋다. 정상에 가까운 것 아니냐”고 지꺼렸다. 후쿠다 야스오 관방장관도 “여성들의 옷차림이 (성폭행을) 부른다”고 가세했다.
모리 요시로 전 총리는 “자식을 낳지 못하는 여성은 아예 복지 대상에서 제외해야 한다” 고 하였다. 요시로는 총리 재직 시절인 2000년 “일본은 신(神)의 나라”라고 말한 자(者)다. 의원들 중 “한국인 위안부는 돈을 벌기 위한 것이 목적이었다”고 한 가지야마 세이로쿠라는 자도 있었다.
‘망언의 선두주자’ 가운데 하나인 에토 다카미(1925년 ~ )는 일본 중의원 10선의 자민당 의원이다. 그는 기회 있을 때마다 일제 침략사를 부인해 왔다. 1995년에는 “한일합방은 양국의 합의에 의한 것” “식민시대 일본은 좋은 일도 했다”는 등의 망언을 쏟아 놓고 총무청 장관직을 사임했다.
일본 발 역사왜곡 발언은 헤아릴 수 없을 정도지만 에토 다카미만큼 계속 내뱉는 자도 드물다. 1997년 ‘한일합병 합법론 ’을 또 주장했고, 올 1월에는 “(식민지였던 나라는) 과거 종주국에 사죄를 요구할 수 없다”고 지꺼렸다.
최근 펴낸 자신의 저서 ‘진정한 악역이 일본을 구한다’에서는 한 술 더 떴다. “(일본은) 조선의 발전을 위해 학교·다리·항만·철도 등을 만들었다. 일본인들은 조선인들의 생활수준을 일본인과 같게 만들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다. 그 일례가 일본 내각 각료보다 더 많은 돈을 李씨 왕가의 사람들에게 지원하고, 일본 정부에 공을 세운 이완용 등 76명을 귀족으로 대우해 주었다.”고 했다. 이쯤되면 한국 비하하는 재미에 사는 인간이다.
일본 정치인들의 망언도 ‘열 받게’ 하는데 최근 한국인 작가 복거일씨가 비슷한 논지를 담은 ‘죽은 자들을 위한 변호’를 냈다. “일제의 식민 통치는 매우 가혹했기 때문에 친일은 불가피했으며 따라서 현재의 논리로 친일파를 단죄하는 것은 무리”라고 했다. “식민통치의 본질적 제약과 폐해에도 불구하고 일제시대 조선인들은 상당히 잘 살았다” 는 말도 실었다. 조선인 청년들에게 일본군에 지원하라고 부추긴 일은 “조선인이 일본제국의 시민이던 당시로선 병역 의무를 이행하라는 애국적이고 합법적인 발언”이었다는 주장도 폈다.
복거일씨는 친일파 처단의 타당성과 효용에 의문을 제기한 한편으로 친일파 단죄의 도덕적 권위를 부정했다. ‘죄 없는 자, 돌을 던지라’는 일종의 공범론이다. “일본에 대한 한과 열등감, 민족주의적 편향에서 벗어나 일본과 일제시대를 객관적으로 보자고 촉구하기 위해서”라고 복씨는 밝혔다.
그럴 듯 하지만, 그러나 아니다. (친일파로 규탄 받는) 죽은 자들을 변호하기에 앞서, 그들의 사죄와 반성이 먼저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반세기가 지나도록 식민지배의 어두운 유산이 지금도 우리 사회 곳곳에 남아 있다. 아직도 일본인들이 한국지배 향수에 젖어 있다. 일본이 진정으로 사과하지 않는데 한국이 먼저 일본을 용서할 수는 없다. ‘죽은 자들을 위한 변호’ 가 일본 극우 세력들의 망언처럼 들려 실로 유감이 크다.
/임 병 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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