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비서실, 정부위의 정부인가?

참여정부의 시책 발표를 보면 혼선을 일으킨다. 뭐가 뭔지 모를 때가 많다. 내각 부처가 발표한 일을 청와대 비서실이 뒤엎기도 하여 참여정부의 주체가 비서실인지 내각인지 어리둥절 하기도 한다. 이번에 한총련의 불법시위를 두고도 마찬가지다. 강금실 법무부 장관은 국회 법사위에서 “합법화나 수배 해제란 용어가 잘못 남용되고 있다”면서 “이적단체”임을 분명히 했다. 같은 날 문재인 대통령 민정수석비서관은 “한총련 합법화 유보나 재검토는 지나친 표현이며, 어떻든 합법화는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를 보는 국민들은 도대체 무엇을 어떻게 믿으야 할 것인지 실로 답답하다. 전에도 이럴 경우에는 으례 ‘그 말이 그 말이다’란 투로 얼버므리곤 하였지만 국정이 더 이상 이래서는 안된다. 이에 대한 해법으로 본란은 청와대 비서실의 절제가 있어야 한다는 판단을 갖는다. 정부의 주체는 어디까지나 내각이지 청와대 비서실은 아니다. 정부조직법 등 어디를 보아도 국정의 중심은 분명히 내각에 있다. 청와대 비서실의 수석비서관은 대통령을 보좌하는 한낱 내부 기구에 불과하다.

물론 청와대 비서실이 정부 부처를 앞지르는 단편적 월권은 전정권에서도 없진 않았다. 그러나 참여정부 들어 특히 심하다 못해 청와대 비서실이 마치 정부 위의 정부를 방불케 한다. 예컨대 노조 파업 등 중대 국면마다 주무부처를 제쳐두고 청와대 수석비서관들이 설치기가 예사였다. 이건 국정운영의 정상 시스템이 아니다. 정상 시스템이 아닌 국정운영은 혼란을 자초한다. 정상적인 의사결정을 거치지 않은 일종의 비선이기 때문이다.

그럼, 이에 대한 원인이 무엇인가를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노무현 대통령의 책임이다. 대통령 부터가 정상 시스템인 내각보다 내부 구조의 비서설에 힘을 실어주기 때문에 비서관들 발호의 폐단이 야기되는 것이다. 대통령에게 책임을 지는 비서실 수석비서관이 대통령보다 앞서 국정운영의 전면에 등장하는 것은 따지고 보면 대통령에 대한 결례다.

호가호위의 비서실 수석들 발호는 마땅히 자제돼야 하는 것이 대통령을 보필하는 참다운 자세다. 그러므로 국민은 수석비서들의 부질없는 참견보다는 정부부처 장관들의 말을 이 정부의 실체로 알고 믿고저 한다. 음지에서 도와야 할 대통령 비서실이 양지로 나서려 하는 것은 절대적 금물이다. 내각 중심의 국정운영을 재삼 당부하면서 대통령의 새로운 인식이 있기를 바라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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