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과 민주당의 원심력, 그 책임

노무현 대통령의 민주당에 대한 장기 이완이 정치권의 혼란을 가중하고 있다. 집권 이후 줄곧 지속돼온 현상이긴 하나, 이번에 내년 총선출마를 위해 청와대를 떠난 수명의 비서관들이 민주당 입당을 않고 있음으로써 당의 전망에 더욱 구구한 해석이 나오는 모양이다. 가히 ‘청와대 공천’이라 할 전직 비서관들은 이미 출마 예정지까지 낙점된 상태다. 대통령이 민주당 간판으로 당선됐으므로 ‘청와대 공천자’들 역시 마땅히 민주당에 입당해야 할 것이나 전혀 그런 기색은 보이지 않는다.

대통령의 마음이 민주당을 이미 떠난 것으로 보는 촌탁은 감지된 지 오래다. 민주당의 전도가 어떻게 되고 아울러 신당이 어떤 형태로 구성될 것인지는 관심사이긴 하나 전적으로 대통령과 민주당이 알아서 할 일이다. 문제는 국정 혼돈에 있다. 예컨대 당장 정부안의 주5일제법안만 해도 여당인 민주당은 반대하고 야당은 찬동하는 기현상 속에서 노동계는 파업을 벌였다. 당정 관계의 마비 현상은 국정의 마비를 의미한다. 국정의 최고 재량은 대통령에게 있지만 국정을 혼자 다 운영하는 것은 아니다. 대통령의 민주당 경시는 이 점에서 국회 경시로도 이어진다.

노 대통령의 당정분리는 제왕적 대통령의 폐습을 타파한다고 보아 처음엔 아주 좋게 이해됐었다.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당에 대한 의중은 딴데 두고 당정분리를 이유로 들어 당과의 이완을 탐닉하는 하는 것은 책임있는 자세로 보기 어렵다. 국정 최고의 정치인인 대통령의 당적이 대표이든 평당원이든 간에 역시 정치권인 당과의 관계는 결코 무관할 수 없는 것이 정당정치의 상궤다.

대통령의 총선구상이 지나치게 지루하다는 국민적 중론은 개혁 이미지마저 퇴색하고 있음을 깊이 유념할 필요가 있다. 속맘을 저울질하는 어정쩡한 정치적 처신은 민주당을 비롯한 중앙 정치권만이 암중모색의 혼돈에 있는 게 아니다. 각 지방 정치권까지 파급된 영향이 이만 저만이 아닐 정도로 부정적이다. 국민은 더 이상의 퍼즐 게임을 원치 않는다. 지칠대로 지쳐 피곤하기 때문이다. 예측이 가능한 정치가 국민을 편하게 하는 정치란 말이 맞다면 이 정권은 이 점에선 빵 점이다. 벌써 집권 반년이 지난다. 당정 관계가 본 궤도에 올라도 한참 올랐어야 할 시점에서 접근은 커녕 원심력만 작용하고 있다. 이 또한 대통령의 책임이다. 결단이 무엇이든 이젠 빠를 수록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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