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수 작사, 이재호 작곡, 백년설 노래로 1941년 3월 태평레코드에서 발표된 ‘복지만리’는 지금도 중년층 이상들이 애창하는 대중가요다. “달 실은 마차다 해 실은 마차다 / 청대콩 벌판 위에 휘파람을 불며 간다. / 저 언덕을 넘어 서면 새 세상의 문이 있다 / 황색 기층 대륙길에 어서 가자 방울소리 울리며(1절) // 백마를 달리던 고구려 쌈터다 / 파묻힌 성터 위에 청노새는 간다 간다 / 다함 없는 대륙길에 빨리 가자 방울 소리 울리며(2절) // 노래를 부르자 뛰노는 흑마여 / 가슴에 고동치는 혈관의 피 / 하늘은 자주색 싸락눈 싣고서 / 동터 오는 광야의 저쪽으로 달려 가세나”
이 노래는 제목이 같은 영화 ‘복지만리’의 주제가로 만들어진 작품이다. 전창근이 감독했고 전창근 윤계선 전옥 전택이가 출연했다.
그런데 이 ‘복지만리’가 친일 유행가로 거론되고 있는 것은 재고할 여지가 있지 않나 싶다. 가사 3절이 일본어로 되어 있다는 점에서 1940년대 식민통치 압박을 느낄 수는 있지만 내용 자체는 노골적인 친일과 거리가 있기 때문이다.
1941년 3월 개봉된 영화 ‘복지만리’는 일제의 정책에 협력한 어용적 작품이라는 평가와 함께 그래도 민족적 색채 또한 있다는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그러나 영화 줄거리는 결과적으로 만주 이주를 미화하고 장려했다. 영화 ‘복지만리’는 흥행에 성공하지 못했지만 노래 ‘복지만리’는 음반판매량 5만장을 돌파했다. 1940년대에 발표된 대부분의 친일 유행가들이 적은 판매고를 기록했지만 ‘복지만리’가 5만장이상 판매됐다면 대단한 인기였다.
식민정책에 순응하는 영화의 주제가로서 비록 한계는 있었지만 당시 우리나라 사람들은 만주를 이민지가 아닌 해방공간으로 마음 속에 간직했을는지도 모를 일이다. 2절 가사에 ‘백마를 달리던 고구려 쌈터’라고 나타낸 것은 친일이 아닌 한민족의 염원을 표출한 것이라는 추론도 가능하다. 작사자는 ‘독립과 주권을 회복한 신천지를 복지만리로 상징’했을 것 같다. /임병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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