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이식위천(民以食爲天)이다. 백성이 배부르게 해야 하는 것을 으뜸으로 삼는 치자의 덕목을 예부터 이렇게 민이식위천이라고 했다. 루이 16세는 프랑스 혁명 당시 “빵을 달라, 그렇지 않으면 죽음을 달라”는 민중의 외침을 전해 듣고 이렇게 말했다. “바보 같은 녀석들, 빵이 없으면 고기를 먹으면 되잖아!?”라고. 그는 빵과 고기의 가치 등분조차 판별하지 못했을 만큼 실로 우매한 군주였다.
이러고 보면 ‘민이식위천’의 치자 교범은 동·서양 간에 다름이 없었던 것 같다. 아니 동·서양만이 아니고 고금에도 이치는 역시 같다. 미국 뉴스위크지의 여론조사 결과 부시 미국 대통령의 재선을 바라지 않는다는 응답이 49%에 이르러 재선을 원한다는 응답의 44%를 웃돈다는 보도는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이라크 전쟁을 승전으로 이끈 부시가 걸프전을 승리로 이끌고도 재선에 실패한 그의 아버지 조지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의 전철을 예고하는 것 같아 백악관에 검은 그림자가 드리우고 있기 때문이다.
미 국민들은 이라크 정벌의 긍지에 찬 흥분을 한동안 맛보긴 했지만 그것은 한 순간일 뿐, 전후 최대의 실업난에 허덕이는 현실을 더 걱정하여 부시를 ‘NO’하고 있는 것이다. 사실 미국 같은 강대국이 이라크를 초토화하는 것은 식은 죽 먹기처럼 어렵지 않은 일로, 오히려 점령지 관리에 많은 돈이 들어 부시의 전승같지 않은 전승을 큰 부담으로 여기는 미 국민들이 많은 것 같다.
남의 나라 일은 그렇다 치더라도 우리 역시 미국을 남의 얘기처럼 할 입장은 아닌 것 같다. 남 보기엔 그럴듯한 점포를 가진 점포주가 속으로는 빚투성이면서, 그래도 문을 닫지 못하는 것은 문마저 닫으면 빚쟁이가 덤벼들 게 걱정되기 때문이라는 고충은 많은 사람이 그같은 동병상련의 입장인 게 작금의 생활경제 실상이다. IMF 환란 때보다 더 어렵다는 것이 중론이다. 이 정부가 말하는 개혁이나 코드나 그런 것을 민중은 굳이 알 필요도 없고 알고자 하지도 않는다. 빵과 고기의 가치조차 판별하지 못하는 우매함이 없다면 경제살리기 ‘민이식위천’의 치자 도리가 급선무임을 알아야 한다.
/임양은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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