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U대회 불상사

대구 유니버시아드대회에서 발생한 국내 보수단체와 북측 기자단과의 충돌은 유감이다. 중도 우파의 입장을 견지하는 본란은 크게 나누어 보수계열의 노선을 지향한다. 그렇긴 하나, 저들이 우상시 하는 김정일 북측 국방위원장을 우정 크게 모독하는 플래카드를 내세우며, 미디어 센터 길목에서 모임을 가져 북측 기자들을 자극한 것은 세련된 처사가 아니다. 북측 기자란 어용언론의 하수인이다. 비판적 논평은 커녕 사실보도도 정권의 입맛에 맞게 철저한 사전 검열을 거치는 것이 저들의 언론이며 기사다.

이런 사람들 앞에서 저들의 우상을 훼손하는 시위를 벌인 것은 북측 기자들이 안봤으면 몰라도, 봤으면 항의 또는 물리적 충돌을 전혀 예측할 수 없었던 건 아니다. 여기서 생각되는 것은 평양 정권에 문제의 핵심이 있는 것이지 하수인격인 북측 기자단을 자극해선 아무 실익이 없다는 사실이다. 되레 걸핏하면 남북관계를 트집잡고 발목잡기가 일쑤인 평양 정권에 또 하나의 구실을 만들어 주기가 십상이다.

더욱이 유니버시아드대회는 세계대학생들의 순수한 스포츠 제전이다. 비록 북측이 미녀군단 같은 응원단을 보내어 남측의 잘못 인식된 일부 언론 매체 틈새로 정서적 마비를 시도하는 정치색이 짙긴하여도, 보수세력이 덩달아 U대회를 정치색으로 물들이는 것은 국익을 위해 결코 합당하다 할 수 없다.

아니나 다를까, 북측 선수단장과 조평통 등은 강력한 비난을 하였지만, U대회 조직위원장인 대구시장의 유감 표명과 재발 방지 다짐으로 봉합된 것은 우선 불행중 다행이다. 이번 불상사를 두고 가장 한심한 것은 경찰의 경계태세 누수다. 난투극이 벌어진 현장에는 70여명의 사복경찰관들이 있었음에도 기민하게 사전 대처하지 못한 것은 변명의 여지가 없다. 이미 극우 시민단체가 모임을 가진 것으로 알았다면 만약의 불상사에 대한 방어계획이 주도면밀하게 짜여져 있어야 하는 것이 상궤다. 그런데도 U대회의 최대 오점을 남겼다. 이는 전적으로 경찰의 경비 책임으로 돌아 간다.

유니버시아드대회는 앞으로도 일정을 남겨놓고 있다. 대회조직위원회의 배려, 경찰의 경비태세에 가일층의 노력이 있기를 당부한다. 북측선수단은 어디까지나 손님이다. 그들이 어떻든 간에 손님은 손님으로 대접해 보내야 할 줄로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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