잦은 비로 풍년 농사에 비상이 걸렸다. 수확량 감소에 따른 농산물·과일의 가격 상승으로 추석을 앞둔 물가 관리에도 적신호가 켜졌다.
전국이 거의 비슷하게 벼의 키는 현재 76.5㎝로 지난 해보다 2.2㎝, 평년보다 7.8㎝ 작다고 한다. 조생종 벼의 이삭 패는 시기도 예년보다 6일 가량 늦고 이삭이 팬 벼는 알이 여물지 않아 농심을 멍들게 하고 있다. 게다가 병충해 발생 면적이 75%나 늘어 이번 추석에는 햅쌀 구경이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고추는 웃자람 현상에 역병까지 번져 수확량이 20% 이상 줄었고, 사과와 배는 일조량 부족으로 크기가 작고 당도도 떨어졌다. 반사 필름과 비 가림 시설을 설치하는 등 ‘이상 기후와의 전쟁’을 치르고 있는 농민들의 모습이 실로 안쓰럽다.
1980년 이후 23년만에 겪는 최악의 냉해도 크게 우려된다. 4월 이후 누적 일조시간은 596.1 시간으로 지난 해보다 61.4시간, 평년보다 221시간 적었고, 강우량은 823.5㎜로 지난해보다 302.4㎜, 평년보다 204㎜ 많았다.
전국적으로 하루가 멀다 하고 비가 내려 고추에 탄저병, 역병이 돌아 수확 포기 농가가 적지 않아 이대로 가면 전체 작황이 예년의 절반에 그쳐 모종값, 농약값도 건지기 힘들 지경이라고 한다.
문제는 농민들이 겪는 극심한 경제난과 영농의욕 상실이다. 그렇지 않아도 이농현상이 속출하고 농사를 지어봤자 부채만 쌓이는 현실에서 최근 수확기의 일기마저 좋지 않아 농민의 시름을 더욱 깊게 하고 있다.
더구나 농작물의 전반적인 작황 부진으로 가격이 크게 올라 추석을 앞둔 서민 가계에 부담이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작황 부진으로 농산물 가격은 비싸지지만 생산자에게는 수익이 별로 없다. 중간상인들이 폭리를 취해 결국은 농민들과 소비자들만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당하는 것이다.
계속 내리는 비로 타격을 입는 농민들을 위해 당국의 대책 마련은 물론 병충해 방제에도 모든 행정력을 동원해야 한다. 농산물 등 추석물가가 폭등하지 않도록 사전에 대비할 것을 아울러 촉구해 둔다.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