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 이야기

독일군이 2차대전에서 패배한 원인 중 하나는 ‘잠’이었다. 노르망디 상륙작전이 펼쳐지던 날, 이 긴급한 비상사태에도 독일군의 대응은 마낭 늦어지고 있었다. 히틀러가 전날 수면제를 복용하고 잠이 들어 부관들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일어나지 못했던 것이다. 게다가 서부 전선의 롬멜 장군마저 부인의 생일파티로 전선을 이탈해 있는 바람에 히틀러의 세계 지배 야욕은 허무하게 사그러 들었다.

‘삼국지’의 호쾌하고 우직한 장비는 특이한 잠버릇의 소유자였다. 장팔사모(長八蛇矛)를 호기롭게 다루며 중원을 달리던 장비는 독특하게도 두 눈을 부릅뜨고 잠을 잤다고 한다. 원래가 험상궂은 외모인데다 두 눈마저 광채가 형형해 다들 잠을 자는 장비 보기를 두려워해 아무도 그를 건드릴 수 없었다. 그러나 장비에게 호되게 체벌을 받은 부하 범강과 장달은 잠자는 장비의 얼굴에 수건을 덮어 그 눈을 가리고는 그를 암살했다.

간디는 정확한 수면시간을 유지하는 것으로 유명했다. “30분 후에 일어나겠다”고 했으면 단 1분의 오차도 없이 그 시간에 맞춰 일어났다. 또한 간디는 차를 타면 1분도 못되어 잠이 드는 것으로도 알려져 있는데, 어느날 타고 가던 자동차가 전복되어 길 밖으로 튕겨 나간 때에도 친구들이 그를 구하러 달려가 보니 그는 잠들어 있었다고 한다.

아인슈타인은 하루 중 적어도 열 시간은 잠자는 데 소비했다. 자칫 게으르고 생산성이 떨어져 보이지만, 역사상 가장 위대한 이론인 상대성 이론을 침대 위에서 생각해냈다.

밤중에는 거의 잠을 못자고 낮이면 쉽게 잠 자는 사람도 있다. 버스에서나 영화관, 심지어 은행, 음악회에서도 코를 골며 잠드는 사람도 있다. 그래서 밤에 못 자는 것보다는 수면제를 먹는 편이 낫다고 한다.

미국 여배우 마릴린 먼로는 잠옷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샤넬 NO.5 향수”라고 대답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마릴린 먼로는 수면제 과용으로 짧은 생을 마감하고 말았다. 그날 밤에도 그녀는 샤넬 NO.5를 잠옷으로 입고 영원한 잠에 들었다고 한다. 마릴린 먼로는 무슨 연유로 잠이 안 와 수면제를 먹었을까. 그러나 젊은 시절에 세상을 떠나 마릴린 먼로는 영원히 젊은 모습, 백치미로 살아 있다./임병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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