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지정 문화재 보전대책 마련해야

정부가 근대문화유산 보호에 나서고 불교계가 사찰문화재 실태 파악에 나섰지만 아직까지 비지정 문화재 현황은 정확히 조사되지 않았다. 더구나 비지정 문화재에 대한 인식이나 관심 부족으로 훼손되거나 도난 당하는 사례가 적지 않아 이대로 둔다면 모두 멸실될 위기에 처했다. 특히 비지정 문화재가 있는 해당 지방자치단체가 적절하게 관리하지 못할 경우엔 훼손·도난될 우려는 더욱 크다.

최근 언론에 보도된 남공철(南公轍·조선 순조 때 영의정)의 집터 귀은당지(歸恩堂址)로 추정되는 유적 훼손은 비지정 문화재의 현실을 단적으로 보여 준 대표적인 사례 중 하나이다.

성남시 수정구 금토동 530 일대인 청계산 자락에 위치한 귀은당지는 남공철이 만년에 살았던 99칸 규모의 집터로 문화재로서의 가치가 매우 높은 유적이다. 후손은 물론 지자체 등의 무관심 속에 방치된 이 유적의 일부가 최근 한 마을 주민이 동원한 굴착기에 의해 무참히 훼손된 것은 실로 안타깝다. 지난해말 성남시 향토유적 4호로 지정된 ‘남공철묘’인근 유적 200여평이 굴착기로 파헤쳐진 것이다.

주민들의 신고를 받고 현장을 조사한 관계 당국의 해명은 지정·비지정을 떠나 문화재에 대한 인식의 안이함을 드러낸다. 주민이 농사 지으려고 잡풀을 제거한 것으로 특별히 훼손된 것은 없어 보인다는 등 축소·은폐에만 급급했다. 그러나 그린벨트의 나무들이 뽑힌 것은 물론 건물터임을 입증하는 초석(礎石)을 비롯, 장대석, 기와편들이 발견됐다. 건축사적으로 중요한 자료가 되는 19세기 전반 반가(班家)의 대규모 집터 주춧돌 등이 마구 파헤쳐져 원형이 훼손된 것이다. 바로 옆의 군부대에서 도요지 발굴조사가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집터 유적지에서 백자편 등이 발견된 것은 주변지역에 가마터가 있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문화재 보전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귀은당지 뿐만 아니다. 도내 각처에는 문화재로 마땅히 지정돼야할 근대 문화유산과 옛 역사의 유적지들이 산재해 있다. 지정문화재 관리도 중요하지만 무방비 상태에서 훼손되고 있는 비지정 문화재도 함께 보전해야 한다. 비지정 문화재 보호 대책을 속히 마련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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