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광역시 울주군 언양면 대곡리에 있는 ‘반구대 암각화(盤龜臺 岩刻畵·국보 285호)’는 신석기 시대말부터 청동기시대에 해당하는 대표적인 암각화다. 기원전 3000~300년에 걸쳐 그려진 것으로 추정된다.
1972년 3월 대곡리의 강안 암벽상에서 발견돼 암각화 연구에 획기적인 전기를 마련해준 유적이다. 너비 6.5m, 높이 3m 가량의 주암면(主岩面)과 20여m 범위의 암반 곳곳에 수렵·어로의 광경과 사냥의 대상이 되었던 사슴·고래·거북·물고기·호랑이·멧돼지·곰·토끼·여우 등 296점이 새겨져 있다. 이러한 형식 및 내용과 대비되는 것으로는 스칸디나비아·시베리아 등지에서도 발견됐다.
반구대 암각화는 세 가지 형식으로 구분된다. 대상 동물들의 모습을 모두 파식기로써 표현한 가장 오래된 형식, 윤곽선을 가지고 생동감 있는 동물을 표현한 형식, 굵은 선 하나로써 대상동물을 표현한 아주 상징적인 형식이다. 반구대에서 1.5km 거리에 있는 천전리에도 또 다른 선사시대의 암각화가 있다.
그런데 울산시가 반구대가 있는 주변지역을 ‘선사유적공원’으로 조성하기 위해 암각화 턱 밑에 까지 굴착기를 들이대고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선사유적공원’을 조성한다는 데 문화예술계가 반대하는 이유는 1965년 사연댐 건설 이후 그렇지않아도 1년에 8개월정도 물속에 잠기는 바람에 원형이 훼손되는 터에 위락시설과 대형 주차장이 들어서면 주변 환경과 생태계가 파괴되기 때문이다.
울산시측은 진입도로는 문화재보호법상 보호구역인 반경 0.5km 밖에 있기 때문에 환경오염 염려는 없다고 하지만 현장을 가본 적이 있는 지지대子의 생각도 문화예술계의 주장과 같다.
우선 주변여건이 파괴된 이후의 암각화는 ‘신성한 유적지’가 아니라 단순한 전시물로 전락하게 된다. 반구대 암각화는 많은 외국인들도 전세계 암각화 중에서 가장 예술성이 뛰어나다고 극찬하고 있다. 반구대·천전리 두 암각화가 있는 계곡과 하천·산세 등 자연환경은 사적지로 지정되고, 특히 ‘환경보호특구’로 보호받아야 한다.
/임병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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