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칼럼/'북한 응원단' 또 오라!

2003 대구유니버시아드가 어제 31일 저녁 폐막식을 갖고 11일간의 열전을 마감했다. 지난 21일의 개회식이 ‘첨단 IT패션도시 대구의 미래와 지구촌 젊음의 하나 되는 꿈’으로 꾸며졌다면 폐회식은 ‘젊은 지성들의 정겨운 파티’였다.

대구U대회기간 동안 가장 신경을 곤두세우게 했던 것은 아무래도 남북관계였다. 보수단체의 인공기 소각과 북측기자들과의 마찰, 북측의 불참 선언 등 우여곡절도 많았지만 여대생들로 구성된 ‘북한 응원단’은 11개월 전의 부산 아시안게임 때 처럼 화제를 모았다. 300여명의 북한 응원단은 취주악단까지 동원했다. 이들은 경기장에서 관중 세몰이에 큰 역할을 했다. 북한 응원단이 출현하는 경기장은 모두 표가 매진 됐지만 이들이 빠진 경기는 썰렁했다. 관중은 경기보다는 북한 응원단이 펼치는 다채로운 카드 섹션과 현란한 춤사위에 시선을 집중했다. 응원단을 미모의 여대생을 주축으로 결선한 배경에는 북한의 정치·심리적인 작전(?)이 없다 할 수 없었다. 남한 남성, 특히 젊은이들의 혼을 송두리째 빼앗자는 속셈일 수도 있었다. 그러잖아도 용모가 아름다운데 짙은 화장을 안해 청순·청초하게 보였음은 당연했다. 언론들도 북한 응원단을 ‘미녀 응원단’이라고 칭하며 뉴스의 앵글을 맞추었다.

오죽하면 미국 뉴욕타임스가 8월 24일 ‘북한이 응원단이라는 신무기를 풀어 놨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한국의 TV가 유니버시아드 대회 참가차 온 500여명의 북한 선수단과 미녀 응원단 열기에 휩싸여 있다”고 전했겠는가. 며칠 뒤면 한국이 미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베이징 6자회담’에서 북한을 상대로 핵포기를 협상해야 할 상황인데 뭔가 아귀가 맞지 않는다는 논조였다.

북한 관영 조선중앙 TV가 “대학생 응원단의 발랄한 모습이 대구 시민의 마음을 사로 잡았다” 고 응원단의 활약상을 상세히 보도했다고 일본 아사히신문이 소개했다.

물론 남한 사람들이 북한 응원단에 전부 매료된 것은 아니었다. 북한 응원단이 만약 순수하게 응원만 한다면 응원구호가 그렇게 정치적이었겠느냐고 비판했다. 지금 이 시간에도 북한 어린이들이 굶주림으로 죽어나가고 있는데 한국 언론과 사람들이 모두 저작위적인 웃음의 응원단에만 집중하고 박수를 보낸다고 지적했다. 남한의 ‘붉은 악마’처럼 남녀노소 희망자가 모인 것이 아니라 선별해서 만들어진 응원기구에 지나지 않는다는 혹평도 나왔다.

과거 히틀러가 그랬듯이 독재자는 예술을 국민의 사기 돋우는 수단으로 철저히 이용했다. 북한 음악에는 그래서 슬픔과 고통이 없다. 오직 기쁨과 즐거움만을 노래해야 한다.

“장군님 사진을 감히 어떻게 비바람 속에 놔둘 수 있느냐. 장군님 사진을 왜 이렇게 낮게 걸어 놓았느냐”

8월 28일 북한 응원단이 예천 양궁장 입구 나무에 걸려 있던 플래카드를 걷어내 손수건으로 닦으면서 울음을 터뜨리던 모습은 북한의 체제를 단적으로 보여준 사례였다. 북한 응원단의 그날 항의는 겨레의 허리에 감긴 철조망 보다 높고 아픈 ‘단절과 이질감’ 바로 그것이었다.

기자들이나 관중들의 다른 물음에선 쾌활하던 북한 응원단이 “김정일 장군님은 하느님 같은 분이라 심장에 모셔야 한다”고 결연히 말한 것도 이데올로기로 무장된 북한의 정신상태를 입증했다.

‘미소 속의 단절’, 그 아픔을 남겨놓고 북한 응원단이 선수단과 오늘 돌아간다. 북한에 가서 그들은 남한 사람들을 어떻게 생각할 것인가. 자기네들이 남북 화해의 징검다리를 만들어놨다고 자랑할 것인가.

북한 응원단의 과업이 무엇이었든 남한에 또 와야 한다. 건장한 남자들도 함께 와야 한다. 물론 남한 응원단도 북한에 가야 한다. 남·북한 응원단이 휴전선을 넘어 남과 북을 자주 오갈 때, 남북 공동응원단이 외국에서 한반도기를 뜨겁게 휘날릴 때 통일이 성큼 다가올 수 있기 때문이다. 북한 응원단이여, 선수단이여, 잘 가라! 그리고 또 오라 !

/임병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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