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가 골목길에 들어선 자동차 행상의 스피커 소리가 귀에 거스를 때가 많다. 그것도 육성이 아닌 녹음 테이프를 돌려대는 덴 ‘다 먹고 살기위해 그러려니…’하고 생각하다가도 짜증이 나기도 한다. 기분이 괜찮으면 몰라도 어쩌다가 언짢은 일이 있을 땐 더욱 귀에 거스른다. 수년 전엔 부천에선가 자동차 행상의 짜증스런 스피커 소리를 듣다 못한 시민이 쫓아나가 행상인을 척살하고만 불행한 사건이 있었다.
자유민주주의에서 시위는 자유다. 하지만 시위의 자유로 인해 다른 사람의 생활이 속박되지 않고자 하는 자유 또한 시민의 자유다. 그래서 시위의 자유는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아야 자유로움이 보장된다. 어떻게 된 판인지 시위가 다른 시민의 이런 자유 침해를 능사로 아는 세태가 됐다. 행상인의 하나 뿐인 스피커 소리도 견디기가 힘든 판에 시위대가 온통 나발을 불어대는 시위의 소음은 가히 공해다. 그것이 시위 당사자들에겐 아무리 절실하다 하여도 당사자가 아닌 일반인들까지 참고 들어야 할 의무는 없다.
경기도교육청 정문 앞, 과천 정부종합청사 앞 잔디마당은 집회시위로 인근이 몸살을 앓아온 시위의 해방구다. 이를 보다못한 일반인이 ‘집시법’상의 집회신고를 미리 함으로써 소음시위를 예방하는 기발한 착상이 있었다. 경기도교육청내 도립 중앙도서관 이용자 대표 10여명이 오는 9월 말까지 매일 도교육청 정문 앞에서 집회를 갖겠다는 신고를 경찰에 제출함으로써 전교조경기지부의 ‘연가투쟁 교사 징계 백지화 요구 집회’의 도교육청 정문 앞 집회시위를 무산시켰다. 또 과천지역 사회단체는 오는 10월까지 종합청사 앞 잔디광장에서의 집회신고를 경찰에 내어 다른 외부단체의 시위를 원천적으로 차단했다.
이로써 도교육청 정문 앞이나 과천 정부종합청사 앞 집회시위가 한동안은 잠잠하게 됐으나 그 다음이 또 걱정이다. 집회시위에도 품격이 있다. 품격없는 집회시위는 그들 스스로의 품격마저 행상 소음보다도 못하게 떨어 뜨린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임양은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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