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예산안(117조5천억원) 증가율 2.1%(2조4천억원)보다 훨씬 높은 3.0~4.8%의 공무원 급여인상은 당치 않다. 이처럼 예산 증가율보다 최고 곱절 이상이나 올리는 것은 정부의 세입내 세출기조 유지의 예산편성 지침에도 어긋난다. 공무원 급여를 점차적으로 대기업 수준까지 올리는 것을 긍정적으로 보는 것은 원론적 논리다. 경제성장률을 무시하면서까지 강행해야 한다고는 믿지 않는다.
정부는 올 연간 성장률을 3%로 잡고 있으나 경기하강 지속이 조만간 회복될 조짐은 별로 보이지 않는다. 더욱이 내년 실질 성장률을 정부가 5~5.5%로 전제한 것은 객관적으로 지극히 불투명하다. 경제가 회복되면 더 말할 나위가 없지만 그렇지 못할 땐 추경 등 재정확대가 불가피하다. 문제는 적자재정을 감수해야 할 지 모르는 불투명한 상태에서 공무원 급여를 그처럼 꼭 인상해야 하느냐에 있다. 재정불안의 요인은 또 있다. 정부 보유 주식 등 세외수입의 감소가 부담이 되는 가운데 1조원 규모의 법인세 인하를 추진하는 한나라당의 관련법 개정 강행도 변수다.
국방비 및 복지예산 증액으로 사회간접자본 등 확충이 삭감됐다. 이런 마당에 예산 증액 비율보다 훨씬 더 높은 공무원 급여 인상률이 합당하다고는 결코 말할 수 없다. 물론 공무원 급여가 충분하지 않은 고충은 인정한다. 하지만 그래도 비교적 안정상태에 있다고 보는 게 사회적 판단이다. 예컨대 갖가지 수당이 있고 학자금 융통이 일반인들보다 훨씬 쉬운 게 공직사회다.
정부의 지나친 공무원 급여 인상책은 다분히 선심의 측면이 없지않아 보인다. 그러나 경제가 IMF 사태때보다 더 어렵다는 것이 사회의 일상적 통설로 비명이 빗발친다. 이런 가운데 일반 계층의 국민이 과연 얼마나 긍정적으로 볼 것인지는 의문이다. 내년의 공무원 급여 인상 4.8%는 한꺼번에 올리는 게 아니고 기본급을 먼저 3% 올리고 나머지 1.8%는 추가로 올릴 계획이긴 하다. 그러나 먼저 올리는 3%만도 예산 증가율의 2.1%를 훨씬 웃돈다. 이웃 일본은 우리와는 비할 수 없을만큼 경제규모가 크다. 그런데도 경제가 어렵다는 이유로 2년 째 공무원 급여를 동결하고 있다. 우리의 처지가 일본보다 더 낫다고는 할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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