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의 부메랑

부시 미국 대통령이 항공모함 에이브라햄 링컨호 선상에서 대이라크전쟁의 승전 종식을 호기있게 선언한 것이 지난 5월1일이다. 그로부터 불과 3개월이 지난 부시는 지금 이라크 문제로 개전 전에 못지않은 속앓이를 하고 있다. 이라크 점령지의 평화유지 비용이 급증함에 따라 미 국민의 염원인 경제회생에 적잖은 타격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전쟁기간 보다 더욱 심각해진 정치적 도전은 부시의 미래를 보장하지 못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여기다가 이라크 저항 세력의 테러공격으로 이틀이 멀다하고 이라크 주둔 미군들이 희생되고 있다. 지난 26일로 종전 후 미군 사망자 수는 139명에 달해 전쟁 중 사망한 138명을 넘어섰다. 이대로 가면 또 얼마나 많은 미군들이 더 희생될 지 모른다는 자국내 여론이 부시에겐 큰 부담이 되고 있다. 이라크 문제를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곤궁에 처한 게 부시의 처지다.

그래서인지 지지율이 급강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의 한 여론조사 기관은 부시의 지지도가 57%로 지난 4월에 비해 13% 포인트가 떨어진 것으로 최근의 조사 결과를 밝혔다. 흥미로운 것은 파월 국무장관의 지지율이 무려 72%로 부시를 훨씬 더 능가하고 있는 사실이다. 파월은 부시 미국 행정부내의 유일한 비둘기파로 매파인 라이스 백악관 안보담당 특보, 럼즈펠드 국방장관 등 사이에서 상당히 고전을 면치 못하는 사람이다. 한국전쟁 당시 미군 보병부대 대대장으로 참전하기도 한 파월이 매파의 견제에도 부시보다 국민의 지지율이 높은 것은 주목할 대목이다.

어느 부호가 부시의 재선 저지를 위해 민주당에 대선 자금으로 무려 1천만달러를 기증한 적도 있고, 일반 국민들 사이에서도 여론이 전보다 좋지않은 것에 비추어 부시가 어려움에 부딪힌 것은 꽤나 높은 장벽이다. 그토록 호언한 대량 학살 무기도 찾지 못한 가운데 후세인의 행방조차 묘연하다. 미국의 힘을 과시한 부시의 호전성에 한동안 보낸 미 국민의 박수갈채가 되레 염증의 부메랑이 된 것은 앞으로 더 두고 볼만한 관심거리다./임양은 주필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