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완견

“가슴이 저립니다. 우리 가족의 사랑을 한 몸에 받아온 샤넬이 드디어 하늘 나라로 떠났습니다…. 귀여운 샤넬이 편히 잠들기를 기원합니다….”

‘오호 통재라!’로 시작되는 옛글의 ‘조침문’을 연상케 하는 조사가 낭독되는 동안 검정 리본을 단 가족들은 정중히 묵도하는 가운데 이윽고 조사가 끝나면 쇼팽의 소나타 2번 B장조 3악장, 즉 장송곡이 울린다. 이어지는 추도식의 순서는 화장, 그리고 유골을 납골당에 안치하는 것으로 끝난다.

사람의 얘기가 아니다. 애완견 얘기로 샤넬은 개의 이름인 것이다. 이렇게 치르는 개의 장례비용은 약15만원이다. 개 전문 장례식장은 하루 평균 10여건으로 목하 성업 중이다. 돌아보면 명색없이 치르는 인간의 죽음이 적잖은 마당에 개의 이같은 호화 장례는 사람보다 낫다는 생각을 갖게한다. 그래도 동물 애호의 관점에서 보아 굳이 나쁘다고 탓할 것 까지는 없다. 이런 걸로 보아서도 인간 생명의 존엄성이 일깨워 지길 바라는 마음 또한 간절하다. 인간의 목숨이 개 같은 동물의 목숨보다 값어치가 없이 보여서는 우리 모두의 불행이기 때문이다.

창세기 이래 개는 인류와 가장 오랫동안 가깝게 지내온 동물이다. 이러한 가축 중엔 다른 동물도 많지만 인간과 깊은 감정을 교환하는 동물로는 개를 앞서는 더한 동물이 없다. 못된 인간보다 나은 충견의 숱한 얘기가 이래서 나온다. 개의 종류는 크게 사냥개와 일반견, 애완견으로 나뉜다. 모든 개가 다 그렇지만 애완견은 더욱 다양한 종(種)의 개량으로 별 희한한 개가 쏟아져 나온다.

안타까운 것은 길에 버려지는 애완견이 적잖다는 사실이다. 심지어는 산 채로 내다 버려지는 병든 애완견도 있다. 죽으면 그냥 땅에 묻어 애써 장례식까지 치르지는 않을 지라도 길에 버리는 일은 없으면 좋겠다. 병든 개를 산 채로 버리는 건 차마 해선 안되는 비정이다. 애완견을 기르는 주인들의 심성 역시 여러가지 모양인 것 같다. /임양은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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